많이 긴 트윗 23: 이민자와 집식물

2025. 7. 30. 17:00트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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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부터 참여하고 있는 베를린의 (아시안) 이민자 단체 GepGemi의 Brunch Talk 이벤트에서 최근 나의 가장 관심사 이민+집식물을 두고 발표를 할 기회가 생겨서 여기저기 짧게 이야기했던 내용을 조금 정리해 보았다.

* 단체 홈페이지 https://www.gemi-berlin.de/

 

Gesundheitsförderung Migranten/-innen

am 01.08.2025 (Fr.) | 15.00-18.00 Uhr Senior*innen Studiengruppe Ort: GePGeMi Büro Schivelbeinerstraße 6 10439 Berlin

www.gemi-berlin.de

* 발표 요약 글

 

19.07.2025 #6 Brunch-Talk Zimmerpflanzen

#6 Netzwerktreffen „Brunch Talk“ Zimmerpflanzen, als Metapher für das Leben von Migrant*innen

www.gemi-berlin.de

 

이민자와 집식물/ Zimmerpflanzen als Metapher für das Leben von Migrant*innen

블로그에 여러 번 썼듯이 집식물에 큰 관심이 생긴 이래 꾸준히 집식물을 사고, 관리하고 그리고 키우고 있다. 들여온 거의 모든 집식물이 열대 식물인데, 어느 순간 의문이 들었다. 이 식물은 어디서 온 걸까?

* 이미지 출처: Where houseplants really come from ❘ Datawrapper BlogEven potted plants have ancestors in nature — usually far away from where they've ended up. So where in the world do my houseplants come from. https://www.datawrapper.de/blog/houseplants-origin-map
 

Where houseplants really come from | Datawrapper Blog

Even potted plants have ancestors in nature — usually far away from where they've ended up. So where in the world do my houseplants come from?

www.datawrapper.de

열대 식물이니까 당연히 열대 지역에서 왔다. 그리고 아시다시피 열대 기후 지역은 거의 대부분 Global South에 속하는 지역이고, 내가 애지중지 키우는 대부분의 식물은 중남미 지역에서 왔다.

우리는 어렴풋이 이런 열대 집식물의 역사에 대해 알고 있다. 대항해시대, 유럽의 열강들이 아프리카, 아메리카, 아시아 대륙을 발견하고 다니던 시절. 수많은 학자들은 새로 발견된 지역의 자연을 연구했다. 집식물로 알려진 수많은 열대 식물들(하지만 본토에서는 그냥 야생 식물인...) 또한 그들의 연구 대상이었고, 본국으로 데려온 식물들은 유럽 부유층 저택을 장식하며 새로운 신분의 상징이 되었다.

이런저런 글을 읽으며 열대 지역에서 온 현대의 집식물의 역사를 조금이나마 알게 되니 식물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이 바뀌기 시작했다. 뭔가 나 같았다. 이민자. 극단적으로 표현을 하자면 원래 살던 환경에서 떠나왔기에 화분과 인공 환경에 의존해야 하는 그런 존재처럼 느껴졌다.

Pachira

약 1년 전 새 집으로 이사를 했던 내가 집이 어느 정도 정돈되자 처음 들여왔던 식물은 Pachira (Money Tree)였다. 솔직히 말하면 키우기 쉬운 식물, 공기 정화 뭐 그런 흔한 이유로 산 식물이었다. 그러다 보니 큰 애정이 없었다. 못 생겼다고는 할 수 없지만, 매력을 느낄 수 없었다.

Goeppertia/ Calathea

그러던 중 갑자기 Calathea라는 집식물에 확 꽂혔다. 식물을 좀 더 들이고 싶은 마음이 생겼는데, 고양이에게 해롭지 않고 키우기 쉬운(Pflegeleicht) 집식물 중 대표적인 식물이었다. 키우기 쉽다는 설명이 온갖 식물 판매 사이트에 쓰여있었다. 하지만 아니었다. 칼라데아는 알고 보니 키우기 쉽지 않은 대표적인 식물 중 하나였다. 내 마음에 쏙 들었던 이 식물들을 죽이지 않기 위해 기본적인 공부를 해야 했다. 이 식물들을 성장시키기 위해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조건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 조건은 묘하게 이민자로서 신경 써야 할 조건들과 닮아있었다.

빛 + 온도 + 습도
칼라데아 류의 관엽식물은 보통 열대 정글 지면부에서 사는 식물이다. 그러니 그와 유사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정글 하단부에서 자라는 이 식물들은 태양이 강하게 직사광선을 쬐는 것보다는 밝은 간접광을 유지시켜주는 것이 좋다.(책 읽기 어려움 없는 정도의 밝기가 가장 그 수준을 잘 설명해준다고 생각한다.)

온도 또한 최소 20도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 보통 일반적인 가정의 실내 적정온도 수준과 유사하다 보니 겨울철만 조심하면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개인적으로 제일 신경 쓰이던 점은 습도. 독일은 기후 특성상 여름에는 건조하다. 그리고 겨울조차 실내는 난방 등으로 인해 건조하다. 근데 칼라데아 류의 관엽식물들은 습한 환경에서 잘 성장하고, 이를 위해 나는 가습기를 샀다. 보통 습도 60% 정도는 유지해 주는 것이 좋다고 한다.

아닌 사람도 많고 나 스스로도 그렇지만, 이민자로 오랜 생활을 하다 보니, 생각지도 못한 요소로 인해 고생하는 이민자들을 많이 봤다. 습한 겨울의 추위, 너무 쨍한 햇살, 너무 많이 날리는 꽃가루, 음식, 문화, 언어 등등. 모국에서 살 때는 "공기처럼" 당연하게 여겼던 요소들이 해외 생활에서는 나의 삶을 제약하는 요소로 다가올 때가 생각보다 빈번하게 생긴다.

화분과 흙
이전 조건들은 이렇게 인공적으로 원래 살던 곳과 유사한 환경을 조성해줄 수 있다. 하지만 화분은 그렇지 못하다. 화분은 식물의 안전한 집이면 동시에 성장을 막는 한계이기 때문이다. 화분에 갇혀 자라는 집식물의 뿌리는 자연스럽게 땅속으로 계속 뻗어나가는 것이 아니라 화분에 꽉 차서 뒤엉킨 채로 뿌리가 자라는데(Rootbound) 더 늦기 전에 식물의 성장을 위해서는 분갈이를 해줘야 한다.

분갈이는 기존의 화분보다 한 치수 큰 화분이 적절하다. 그 이상으로 화분의 부피가 커지면 뿌리가 흡수할 수 있는 물의 양에 비해 화분이 머금고 있는 물이 너무 많아 뿌리가 썩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천연의 자연환경이나 정원 같은 곳에서는 물이 계속 지하로 빠지기 때문에 보통 신경 쓰지 않는 요소인데, 화분이라는 (배수 구멍이 있지만) 닫힌 환경에서는 화분의 크기는 생각보다 치명적인 요소이다. 열대 야생 식물을 다른 인공 환경에서 키우면서 발생하게 되는 문제인 것이다.

이민자의 어떤 특정 요소를 직접적으로 화분으로 비유할 수 있는 것은 없다. 하지만 이 상징적인 요소(나의 정신, 육체, 생활습관, 친구 관계 등)는 이민자로서 나를  보호하지만, 나의 성장을 막을 수도 있고, 동시의 나의 성장을 위해서는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크기로 교체가 되어야함을 상기시켜준다.

* 참고로 의도적으로 더 이상의 성장을 막기 위해 뿌리를 자르고 화분의 크기를 유지하는 경우도 있다.

물 + 영양소
화분의 한계로 인해 물과 영양소는 적절한 시기에 공급되어야 한다. 너무 물을 자주 많이 주면 식물이 죽고, 너무 물을 덜 그리고 적게 주면 식물은 죽는다. 어이없지만 그렇다. 열대 관엽식물들은 그냥 정기적으로 물을 주기보다는 식물 그리고 화분별 수분 상태를 봐가면서 물을 적절한 시기에 공급하는 것이 중요하다. (영양소도 마찬가지.) 모든 이민자가 똑같은 방식으로 동일하게 성장하고 살아갈 수 없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각각의 수준에 맞춰 물과 영양소를 적절히 공급해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비교적 기초적인 특징 말고도 열대 집식물을 본격적으로 키우기 전에는 몰랐던 특징들도 몇 가지 있다. 그중 첫 번째가 식물에겐 적응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위 식물은 사진 찍기 2주 전 즈음 구매한 식물인데, 집으로 들여온 이래로 계속 잎이 지고 있다. 환경이 유지가 됐다면 잎이 이정도로 많이 떨어질 일이 없었겠지만,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며 일종의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이다.

처음에는 이런 변화가 굉장히 걱정되었었는데, 이제는 조금 당연해졌다. 건강한 식물이라면 동시에 그만큼 새로운 잎이 계속 나면서 성장과 적응을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옛 잎들을 보내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새로운 잎을 내놓는 것이 새로운 나라에 적응하는 이민자의 삶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Isabella Stewart Gardner Museum, Boston, USA

마지막으로 집식물은 함께 살아가는 것이 생각보다 엄청나게 큰 도움이 된다. 화분에서 살 때 성장에 한계가 있지만, 온실에 사는 식물들은 원래 살던 곳에서만큼 성장할 수 있고, 심지어 식물 가게에 있는 식물들조차 무럭무럭 잘 자라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식물은 서로 함께 있는 것만으로 온도, 습도 등의 환경을 함께 유지하며 성장하고 살아가기 좋은 환경을 조성한다. 이민자들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종종 동족 혐오나 아는 사람이 더 한다고 이민자끼리 뒤통수를 치는 이야기들을 듣기도 하지만, 결국은 다른 문화 다른 환경에서 이민자들이 함께하면 만들어지는 그런 안정적인 환경이 있다. (2달 전 뉴욕에 가서 더 크게 이런 부분을 느꼈었다.)

발표 내용을 글로 다시금 정리하면서 여전히 다듬어야 할 부분이 많이 보이기는 하는데, 우선은 이렇게 마무리를 해놓지만, 이후 기회가 있으면 어떤 방식으로든 좀 더 발전시키고 싶은 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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