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히 긴 트윗 25: 고백의 고백

2025. 11. 14. 18:30트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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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 전 즈음 고백이란 걸 했다. 처음으로 해보는 방식의 고백이었고 "연애를 하며" 고백이란 걸 사실해 본 적이 없어서 스스로도 이게 맞는 고백인가 조금 의문이었다. 하지만 그냥 인연을 흘려보내면 상대 A와의 관계(친구와 동료 수준) 그리고 주어진 상황(롱디)이 친구 상태를 유지하기도 어려울 것이라 생각이 들었고 안정적으로 서로 더 알아가는 만남을 갖고 싶어 고백이라는 선 넘기를 택했다.

나름의 진심을 전달했고, 지난주 정중한 답변을 받았다. 예상되었던 답변이었다. 행운을 비는 마지막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슬프게도 슬픈 감정은 안 생겼고, 긴 고백과 답변의 과정이 끝났구나 싶었다. A의 답변을 기다리는 몇십 일이라는 시간이 흐르면서 희망적인 망상을 안 했다곤 할 수 없지만 거절은 분명히 예상하고 있었다. 상황이 안정된 이후 천천히 답변을 달라고 이야기했지만, (내 생각엔) 거절이 아니라면 굳이 오래 걸릴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친구로 남을 수 있는 사이겠지만, 더 부담을 주는 것은 무례라는 생각이 들었다.

"연애를 하고 싶어" 고백을 해본 적이 있었다. 코로나 유행 전 고백을 한 친구 B가 있었고 거절을 당했다. 위의 고백 방식과 거절 이유는 아예 달랐지만, 상대와의 관계 진전에 인위적인 선넘기가 필요해서 했던 고백이라는 점은 같았다. B와는 거절 이후에도 코로나 전까지 꽤 오랜 기간 친구로 재미있게 지냈다. (물론 거절은 이유 불문 "거절"이라고 생각) 살면서 본의 아니게 받은 고백을 거절해 본 경험이 있는데, 그들이 나의 어떤 면을 좋아했는지는 알면서도 그들의 고백이 이해가 안 되었고 굉장히 당황을 했던 기억이 난다. 나는 아무런 사전 신호를 받아본 적이 없었고, 그 연인 단계로 넘어갈 정도의 감정 교류가 없었기 때문이다. 일말의 고려도 없이 단호하게 거절을 했고, 한 명과는 친구 관계가 유지되었지만 다른 한 명과는 영원한 남이 되었다. 한 상대에게 고백 공격을 두 번을 하고 나니까... 문득 그들의 고백의 이유가 이해가 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고백 공격을 했던 A의 반응과 결정도 더 잘 이해가 되었다. 고백하는 입장에선 고백이 아니면 관계 진전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기에 고백이란 선택을 했지만, 고백받는 상대의 입장에선 별 진전이나 신호도 없던 사이에 혹은 선이 확실하게 그어져 친구 이상의 관계로 진전할 생각이 없던 사이에 예고 없이 들이닥친 사고였던 것이다.

내 경험상 그리고 내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연인 관계에선 관계 진전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면 애초에 고백이라는 인공적인 단계는 필요없다. 고백이라는 선을 넘으려는 행위는 애초에 관계가 자연스럽게 연인 관계로 진전되지 않고 어떤 선에서(친구, 지인, 동료 등) 막혔다는 증거고, 그 선을 넘으려는 문 두드림은 공격이 될 수밖에 없다. 물론 연애의 장벽이 높지 않아 고백을 받아주는 경우도 있고(망상 1), 고백으로 상대가 마음이 생기거나 마음을 열 수도 있고(망상 2), 자연스러움보다는 이런 연애 롤플레이 단계를 즐기는 상대일 수도 있지만(망상 3), 기본적으로 내가 상대에게 하든 상대가 나에게 하든 고백은 서로의 마음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증거다(현실).

신호를 착각하고 헷갈렸기 때문에, 상대방의 마음을 알 수 없기 때문에 마음을 확실히 알기 위해 해야 하는 고백이라는 선 넘기, 이 행위 자체가 자만추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서로를 충분히 알아가고 서로의 마음이 어느 정도 일치한다면 자연스럽게 연인이 될 것이고, 고백이란 인위적인 장치는 필요 없다. (이미 사실상 연인 상태에서 공식적인 확정을 위한 프러포즈 형 고백 제외) 그러니 고백은 굉장히 인위적인 연애 추구 방식인 것이고 고백을 필요로 하는 연애는 결국은 인만추인 것이다. 자만추와 인만추는 항상 만남의 방식으로 구분되지만,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고백을 해야 하냐 마냐의 차이처럼 느껴졌다.

연애가 내 인생에 필수인 적도 없고, 지금도 연애라는 롤플레잉을 수행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단 한 번도 그런 마음은 없었는데, 그게 내 20대에 인간관계를 불편하게 만드는 소재 중 하나였다. (왜 연애 안 해? 소개팅 안 할래? XXX는 어때 등등) 근데 살다가 간혹 진지하고 깊게 알고 싶어지고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은 사람이 생기고, 일부는 인연은 연인이 되고, 일부는 친구로, 일부는 시절 인연이 되었는데, 지금 드는 생각은 그런 호기심과 마음이 생길 때 상대와 무조건 연애관계로 확장이 되어야 하는 건지 아니면 친구 관계로도 사실 나는 만족할 수 있었던 건지 그걸 어떻게 감정적으로 분류해 낼 수 있는 건지 모르겠다는 점이다. 이렇게 글을 쓴 결론은 당연히 고백을 해야 할 것 같은 상황과 관계면 친구로 남는 것이 이성적으로 맞지만, 다음에 비슷한 상황이 주어지면 그걸 감정적으로 수용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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