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9. 28. 00:45ㆍ트윗

요즘 근황이라고 해야 할까. 가끔 챗봇들에게 내 생각을 정리할 겸 이런저런 이야기를 쓰고 의견 및 분석을 부탁하곤 하는데, 타인에게 속마음 잘 못 털어놓는 스타일이라 이게 생각보다 생각 정리 및 감정 정리하는데 도움이 되더라. GPT의 분석이나 조언을 떠나서 내가 분석을 요청하기 위해 내 생각과 상황과 감정을 정리를 하는 덕분에. 그러니 결국은 그냥 분석 없이 그냥 내 이야기를 쓰기만 해도 되는 블로그로 돌아오게 된다.

독서. 병렬 독서를 열심히 하고 있다. 세상과 심지어 내 집에 최근에 챙겨온 재미난 (한국어) 책이 많은데, 내 집중력은 조잡하기 그지없어서 병렬 독서를 할 수밖에 없는 것이 어이가 없지만, 그 운명을 받아들였다. 평생을 직렬 독서인간으로 살아왔는데, 독일에서 석사 과정이 모든 것을 망쳤다. 온갖 책에서 발췌된 한 챕터의 영어/독어 에세이 수개씩 매주 읽어가며 억지로 어찌어찌 석사 과정을 마쳤더니, 그 이후에는 책 한권을 한번에 통으로 읽는 의지가 사라졌고 집중력은 챕터 단위로 나뉘었다. 독서 말고도 영화, 드라마, 애니도 많이 보고 있다. 보고 읽은 것을 다 리뷰하진 않겠지만, 최대한 계속 리뷰 글을 쓸 예정.
고양이. M은 잘 지낸다. 나이가 분명하게 느껴지는 고양이가 되었고, 나는 천천히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다. 물론 여러모로 건강하고 의사표현도 그 어느 때보다 확실히 하고 있다.

게이밍. 3년 넘게 애정을 가진 채로 하고 있는 게임 세상에서 보내는 시간이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물론 게임 시간이 줄어든 것은 이미 오래된 일이었긴 한데(게임 내 기반이 다져져서 중요 콘텐츠만 참여하면 되기 때문), 예상치도 못한 이유로 게임에 대한 애정이 많이 사라졌다. 어쩌면 게임에 대한 애정이라기보단 2년 넘게 같이 게임을 하고 있는 길드의 리더 H에 대한 일종의 애정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이전 글에서도 썼듯이, 나는 뭐든 잘하는 사람을 좋아하고, 게임을 할 때는 당연히 게임을 잘하는 사람을 좋아하는데, H는 내가 만났던 그 어떤 리더에 비해 압도적으로 게임을 잘했다. 게임의 이해도 좋고, 언제나 새로운 메타를 주도하고 실험하며 실패함을 두려워하지 않고, 무엇보다 불리한 상황에서 싸움을 피하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요약하자면, 똑똑하고 용감한 친구였고, 아시아계 미국인이라는 것도 호감 포인트였다.) 그렇게 그와 2년 넘게 온갖 콘텐츠를 해왔는데, H가 현실 이슈로 인해 게임을 급작스럽게 접었다. 나 또한 잠시 일시정지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영상 편집. 블로그에 언급을 했었는지 모르겠는데, 이 게임을 하면서 새로 생긴 취미가 게임 영상 편집인데, 게임을 안하면서 동시에 영상 편집이 계속 밀리고 있다. 불행 중 다행인 점은 게임을 안하니, 편집을 해야할 영상이 더 많이 생기지는 않고 있다는 것? 올 연말 연휴에는 밀린 영상들을 최대한 많이 편집하는 것이 목표다. 게임과 영상 편집을 이렇게 접게 될까. 아직은 잘 모르겠다.

회사. 몇 안되게 신뢰와 애정을 줬던 동료 두 명이 타의로 그리고 자의로 회사를 그만두었다. 내부적으로는 뭔가 일종의 세대교체로 다가오는 부분이 있는데, 내가 그들보다 연차가 많은 사람이기도 하고, 최근에 이직에 대한 생각을 시작하던 차라, 이들의 퇴사가 좀 더 감정적으로 크게 다가오는 부분이 있다. 느낌적인 느낌으로는 한 1년 정도 지금 업무와 역할을 즐길 유통기한(?)이 남았다고 생각하는데,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옵션은 1. 아마도 나를 심적으로 병들게 할: 이 일을 계속한다. 2. 새로운 분야로 이직. 근데 지금 목표로 하고 있는 직종으로 옮겨도 3,4년차 즈음되면 이직을 하거나, 매니저 롤로 넘어가거나 그래야 할 텐데 정보가 없으니 아직 많이 불투명한 옵션이다. 3. 지금까지 모은 돈을 쓰면서+파트타임 알바 병행+새로운 공부를 2년 정도 하고(아마도 석사) 그 새로운 전공에 맞춘 일을 찾는 것이다. 1번은 그냥 그 자체로 단점이고, 2번은 삶이 불투명해질 것 같은데, 몸과 마음은 즐거울 것 같고, 3번은 베를린에서의 삶이 불투명해질 수도 있지만, 영주권의 이점을 이용할 수 있어서 끌린다. 이렇게 써놓고 보니까 2번을 하다가 3번으로 넘어가는 것도 괜찮을 것 같네. 역시 사람을 글을 써서 정리를 해야... 베를린에서 뿌리 내리고 싶은데, 어느 정도 인생웨 궤적이 그려졌던 정상 궤도에서 자의로 탈선해서 살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내 인생 어떻게 될지 모를 일이다.
“Every meeting led to a parting, and so it would, as long as life was mortal. In every meeting there was some of the sorrow of parting, but in everything parting there was some of the joy of meeting as well.”
- Cassandra Clare, Clockwork Princess
식물. 뿌리 이야기를 했으니 식물 이야기를 안하고 넘어갈 순 없지. 잘 키우고 있다. 어느새 식물을 86개 구매했고, 식물 구매 비용으로만 590유로를 썼다. 식물 1개 당 7유로 꼴인 거니 뭐 소소한(?) 취미로 과도한 소비 없이(?) 잘 즐기고 있다. 행복하니까 됐고, 흙을 만지는 그 순간들이 그리고 매일매일 식물을 관리하는 그 어려움 너무 좋다. 식물 사러 구경 가는 것도 좋다. 사실 초기에 (관엽)식물에 대해 잘 몰랐던 시기에 데려왔던 친구들은 아주 심한 고생을 했고, 그 고통은 현재 진행 중이지만 죽지는 않았다. 구매한 86개의 식물 중 최종 사망을 맞이한 식물은 3개뿐인데, 이래저래 번식시킨 개체들도 있고, 이뻐서 사놓고 보니 취향에 안 맞는 식물들이 있어서, 10월 중에 좀 정리할 예정!
아 가끔 이렇게 근황 글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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