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2. 15. 08:49ㆍ도시와 건축/베를린
지지난 토요일 베를린에서는 두가지 시위가 있었다. 첫번째 사진은 시위라기 보다는 Kolonie Str.에서 벌어지고 있는 월세 상승으로 인한 세입자들이 직면한 문제를 이웃들에게 알리는 홍보 정도의 행사였고, 두번째 사진은 Friedels Str.에 위치한 한 주택 공동체Hausgemeinschaft이자 그리고 문화공간으로의 역할을 하는 곳이다. 같은 날 두 장소에서 보여진 사람들의 연대의 수준은 차원이 달랐다.
Kolonie Str.가 위치한 Wedding 지역은 아직 Gentrification이 심하게 일어나지 않은 몇 안되는 Ringbahn내부의 구역으로, 거주민의 다수가 이주 배경을 지니고 있는 평범한 동네 중 하나다. 임대료 상승의 위기에 처한 주택의 거주민 역시 이주 배경을 지닌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이들의 연대 행사가 시작한지 15분동안 고작 2명만 모습을 드러냈다. 물론 후에 좀 더 오긴 했지만, 손에 꼽을 만큼 소수였고, 자연스레 지나가는 이웃들도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Friedel Str.가 위치한 Neukölln 지역의 Reuterkiez는 Kreuzberg와도 근접한 동네로, 베를린 내에서 문화나 정치적 활동의 주요 중심지 중 하나다. 작지만 하나의 거점의 역할을 하는 이 장소를 외국 부동산 회사로부터 구하기 위해 수백명의 사람들이 거리로 나왔다. 해가 지고 자칫 잘못하면 경찰과 충돌이 일어날 수도 있을 정도로 그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시위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들도 큰 관심을 보일 수 밖에 없었다. 그들은 꽤나 잘 조직되어있었고, 사람들은 그들의 신나는 모습과 구호에 눈길을 줄 수 밖에 없었다.
그동안 글을 써오며 사실 꽤 멋진 연대 의식이 있는 베를린의 모습 위주로 보여준 것이 사실이다. 정치적 활동이 다양하고, 다양한 문화가 섞여있는 베를린의 주요한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사건마다 모든 사람들이 정의롭게 연대를 하는 것은 아니다. 너무 평범한 사람들은 오히려 베를린을 풍성하게 만드는 문화적 그리고 정치적 소수세력으로부터 관심을 못받기도 한다. 그렇다고 누가 잘못되고 정의롭지 않은 것은 아니다.
다만 그런 것이 사람 살아가는 것이 아닌가 싶다. 독일에 와서 본 두가지 한국 드라마는 미생과 송곳이었다. 나는 이 두 드라마를 평가할 때 그 어떤 의미에 앞서서 우리가 그동안 선과 악으로 구분 짓던 사람들의 다양한 사연을 보여줬던 점을 항상 손에 꼽는다. '이순신 짱, 일본 나쁜 놈' 같은 단순 평가가 아닌 것이다. 매일 같이 야근을 강요하는 상사에게도 누구라도 슬퍼할만한 가족사가 있을 수도 있고, 멍청해보이는 직원에게도 나름의 사연이 있다.
도시 규모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수많은 사연을 지닌 사람들과 수많은 이권과 관계가 얽혀있는 도시는 하나의 이미지로 표현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내가 가장 난처해야하고 (속으로는 싫어하는 질문은) "도시란 무엇인가?, 베를린이란 무엇인가?"가 같은 질문이다. 이 질문에는 쉽게 답할 수 도 없고, 이런저런 답을 한다할 지언정 만족스러운 정의를 내릴 수 없기 때문이다. 이면의 도시도 아니다. 수많은 다중적인 모습을 지니고 있는 것이 인간이고 그리고 그런 인간들이 모여 각자의 이익과 목표 그리고 공동의 이익과 목표를 위해 살아가는 곳이 도시이기 때문이다. 세상엔 완벽한 도시도, 나쁜 도시도, 좋은 도시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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