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의 사회적 혼합/ Sozial Mischung

2015. 12. 21. 21:46도시와 건축/베를린

Boule-Spiel

독일어로는 Soziale Mischung, 영어로는 Social Mix 그리고 한국어로는 사회적 혼합(사회계층혼합, 근데 보통 '소셜 믹스'라고 이야기를...한다)

소셜 믹스를 이야기할 때면 빠지지 않는 도시는 바로 뉴욕이다. Cultural melting pot문화적 용광로같은 말로 수식되는 이 도시는 수많은 문화의 이민자들이 용광로에서 녹아 하나로 합쳐지는 것처럼 뉴욕이라는 한 도시를 만들고 있다는 설명을 하는데 많이 사용되었다. 근데 아마 지금도 그런 용어를 쓸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대부분으 도시에서는 사람들이 섞이기 보다는 제각각의 문화를 만들어서 지내고 있기 때문이다. 애초에 이민자들이 만든 미국의 도시들에서도 (특히 인종간의) 다르다는 것에 대한 구분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이를 좋게 말하면 서로 다양성을 존중하는 도시의 모습으로 말하기도 한다.


Fußballspiel

베를린도 마찬가지다. 뉴욕처럼 베를린 역시 꽤나 오래된 이민의 역사를 지니고 있고, 비교적 근현대에 있었던 대규모의 외국인 노동자 유입은 독일 사회의 인구 구조자체를 바꿔놓을 정도였다. 때로는 비하로 때로는 다양성으로 취급되는 터키 이주민들은 대표적이다. 독일 전역에 약 10%내외 그리고 특정 도시 그리고 특정 구역으로 가면 50%이상으로 치솟는 터키 이주민들은 아직도 독일인이라기 보다는 이민 2세대, 3세대(독일 식으로는 이주 뒷배경을 지닌)를 명칭을 가진채 분리되고 있다. 거리에서도, 학교에서도 백인 학생과 중동계 학생이 그룹을 짓는 것은 보기 힘든 편이다.

물론 나는 이런 것을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문제가 되는 것을 서로를 최소한도 이해하지 못한채, 무조건적인 차별과 선입견을 가지는 것 뿐이다. 이상적으로는 서로가 서로를 인종이 아닌 사람 대 사람으로 바라보고 이해할 수 있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 누구도 인종적으로 혼합되는 것을 강요할 수 는 없기 때문이다. 물론 최소한의 합리적인 장치는 마련할 수는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학교에서 내가 선호하는 팀 구성 방식은 학생들 끼리 알아서 만들라는 것이 아니라, 강사 혹은 교수가 몇가지 주제를 정해주고 '원하는 주제에 따라 그룹을 만드는 것'이다. 전자의 상황에서는 100% 독일인들은 독일인들끼리 그리고 외국인은 외국인 끼리 팀이 만들어지게 된다. 하지만 후자는 스스로 원하는 주제에 따라 팀이 만들어진다. 인종이 섞여있을 수도 있고, 아니면 전자처럼 독일인들은 독일인들만 그리고 외국인은 외국인들기리 뭉칠 수도 있다. 그러나 최소한 서로 원하는 주제에 맞춰 팀이 만들어지고, 그 안에서는 '그냥 팀을 만드는 것'에 비해 좀 더 비슷한 관심사의 친구들이 모일 수 있게 된다.

이런 혼합에 대한 이슈는 단순히 인종 뿐만 아니라 경제력에서도 항상 따라 붙는 수식어다. 주택 내에서 다양한 소득계층을 섞을 수 있도로 규제하는 방법이 대표적인 예시이다. 대부분의 사회에서 가만 두면 절대 섞일리가 없는 것들을 자연스럽게 섞일 수 있게 하기 위한 촉매제와 같은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은 항상 너무나도 중요하고 소중한 다양한 도시를 만드는 방법이다.


Cricketspiel

지난 주말 베를린의 한 공원 안에서 중동계 어르신들은 Boule 경기를, 백인 청년들은 축구를, 아시아계 청년들은 크리켓을 하고 있었다. 한 공원 내에서 그런 다양한 운동이 벌어지는 것이 신기하면서도, 동시에 실질적으로 그 어떤 인종적 혼합이 없이, 그들만의 배타적인 여가시간을 보내는 모습 역시 신기했다. 게다가 날씨가 좋았던 겨울 주말 공원 대부분의 공간을 남성들이 이용하는 모습을 보면, 공원 활용의 많은 부분이 남성 중심의 운동 경기라는 점도 확실히 각인 될 수 밖에 없었다.

이 운동 경기와 대조적으로 가장 재미있었던 점은 놀이터에는 젊은 독일인 부부들이 아이들과 놀고 있었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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