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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18 서울

서울 3/10: 아모레 퍼시픽 사옥, 연트럴 파크, 경의선 책거리 그리고 사라진 신촌다주쇼핑 상가 건물

by 도시 관찰자 2018. 12. 1.

이번 여행을 통틀어 주저함 없이 단연코 최고의 (오피스) 건축이라고 꼽을 수 있는 데이비드 치퍼필드 David Chipperfield의 용산 아모레 퍼시픽 사옥.

우아함 그 자체였다. 특히, 1층 로비 한편에 마련된 아모레 퍼시픽의 건축가들 전시는 너무 좋았고, 치퍼필드의 인터뷰에서 흥미로운 점이 정말 많았다. 이 건축에 대해서는 오래간만에 건축 리뷰를 하려고 함.

 

연트럴 파크에 다녀왔다. 사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잠시 둘러보기만 했다. 학부 첫 프로젝트가 연남동이었는데, 당시 경의선 축 공원화 계획이 한창 나오던 때였다. 그 당시 프로젝트에서 나는 경의선 공원뿐만 아니라 지형으로 인해 생겨난 마포구 일대의 선형 조직 일대를 재개발하여 광역 녹지축을 만드는 것 계획하였는데, 그것은 당연히 실현되지 않았지만, 경의선 철도길은 어느새 공원이 되어있었다. 프랜차이즈 가게와 관광객으로 가득했지만 말이다.

 

연남동은 부끄럽게도 갈 때마다 길을 잃는 곳이기도 하다. 그리고 동진시장은 길을 잃었을 때마다 지표가 되어주는 랜드마크였다. 주변이 원래 알던 곳과 너무 바뀌었고, 갈 때마다 또 바뀌었고, 비슷한 느낌의 주거 구역에 비슷한 느낌의 상업시설이 생겼다 사라졌다 하기에 이런저런 풍경과 사람을 보며 거닐다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어떤 길 찾기의 지표를 잃어버리면서 생겼던 문제가 아닌가 싶다.

 

연트럴 파크는 근린공원Neighborhood Park라기보다는 관광지에 가까웠다면, 와우산 구간의 경의선 책거리 공원은 근린공원의 기능을 수행하는 듯싶었다. 우선 사람 밀도가 낮았고, 관광객뿐만 아니라, 주변 주민들도 공원을 이용하는 모습이 많이 보였다. 무엇보다 이 공원은 지형의 단차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디자인이 매력적이었다. 연트럴 파크 초입부의 애매한 지형 처리가 특히 못마땅하던 차에, 경의선 책거리 공원은 매력적이었다.

 

원래 홍대 신촌 익숙한 지역 아니었다. 하지만 독일로 떠나기 전에 많이 돌아다닐 기회가 있었고, 그렇기에 비교적 가장 최근의 서울의 기억이 많이 남아있는 곳이다. 그곳도 너무나 많이 바뀌고 있더라.

 

가끔 지나칠 때마다 인상적이었던 길고 거대한 신촌다주쇼핑 상가 건물이 사라지고 난 뒤의 빈터에는 식물들이 거칠게 자라고 있었다. 나는 철거가 예정된 즈음 이 건물을 처음 봐서, 내부 (프로그램)에 대한 기억은 없고, 길고 거대한 건물 그리고 철거 당시 보이던 단편적인 내부 구조에 대한 인상만이 남아있다.

아무튼, 보통 독일 (주로 베를린)에서는 사이 기간 동안의 임시 사용Zwischennutzung 같은 식으로 개발 계획 수립 및 실행이 이루어지기 전에 땅을 이웃 주민이나 시민단체가 일정 기간 동안 사용하는 프로젝트가 자주 이루어진다. 그를 통해 좋은 도심 정원 프로젝트가 생기기도 하였다. 이곳도 주변 상인이나 주민들이 공사 시작 전에 임시로 활용하면 좋을 것 같은 공간이었다.

 

그 빈터에서 이어지는 공원.

Daum지도
Daum지도
Daum지도

(지도 1) 거대한 건물 조직이 있었던 2010년
(지도 2) 건물이 철거되고, 주차장으로 임시 사용되던 2013년
(지도 3) 역시나 주차장으로 사용되던 2016년 개발 계획이 수립 되기 전에 사실상 Zwischennutzung으로 주차장으로 활용한 것이다.

신촌다주쇼핑에 대한 최근 뉴스신촌 낡은상가의 ‘재개발 상생’를 보면, 원래 이름은 다주쇼핑센터이고, 세운 상가가 지어졌던 1968년도와 유사한 시기인1972년에 신촌상가라는 이름으로 개장, 당시엔 신촌에서 잘 나가던 아파트형 상가였다고 한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마트, 영화관, 백화점 등이 주변에 늘어났고, 심지어 홍대로 상권의 주도권이 넘어가면서, 인기를 잃었다고 한다. 2000년 중반부터 재개발을 하려고 했으나, 용산 참사로 인해 미뤄졌고, 그 과정에서 건물 대표(소유주)가 기존 점포의 권리금과 보상안을 재개발 계획에 넣었고, 그 덕택에 용산 참사와는 다르게 큰 문제없이 건물 철거와 특급 호텔 개발 계획(2020년 완공 계획)을 실행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함.

세운상가 군은 세간의 주목을 받아가며 어찌어찌 주요 근대 건축의 기억으로서 살아남았지만, 민간 개발업자의 개발을 통해 만들어진 아파트형 상가는 민간 개발업자의 또 다른 사업을 위해 이렇게 소리소문 없이 사라진 느낌이다. 우선 재개발 과정에서 기존 임대인들에 대한 고려를 하고 보상을 한 그 과정 자체는 인상적이면서도, 그런 사건이 없었다면, 그런 불만 없을 만한 보상안을 마련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호텔이 들어서는 것이니, 별 문제는 없었을 것 같은데, 그럼에도 주변 상인과 주민들은 이 땅의 개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좀 궁금하다.

* 임시로 주차장 활용 관련 "한 의장은 2013년 신촌 다주쇼핑센터 철거 후 1년여간 방치된 것을 발견, 관계 부서와의 협의를 통해 공영주차장으로 변모시키며 구민들뿐만 아니라 동료의원들에게도 인정을 받은 바 있다."
- http://www.kpa.so/5784 ]

 

정말 몇년 만의 신촌. 보행자 거리로 바뀌었다고 들었는데, 하필 축제를 하고 있었고, 보행자 거리인지 축제를 위한 거리인지 조금은 헷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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