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윗 018: 여행과 여행기

2025. 3. 3. 04:53트윗

여행기

주말 내 2019년 시칠리아 여행기 10개를 넘게 썼다. 여행기를 이렇게 미뤄놓을지도, 여행기를 6년이 지난 이제 와서 쓸지도 아무것도 몰랐다. 물론 여행기를 마무리하지 않을 거란 건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모른 척할 뿐. 나는 일을 벌이는 걸 좋아하지 마무리하는 것은 그다지인 사람인 편이었으니까.

일주일 이상 정말 미친 듯이 돌아다닌 여행을 기록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기본적으로 찍은 사진만 수만 장이다. 그리고 보통 사진마다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여행 전에 리서치한 내용도 많은 편이고, 여행하면서 읽고 정리한 내용도 많다 그리고 여행을 다녀오면 당연히 더 많은 궁금증과 더 많은 키워드와 주제들이 생긴다. 예를 들어 내 iOS 노트에 저장되어 있는 여행 중에 적은 글 주제는 다음과 같다. 언덕과 지형의 도시, 바다의 도시, 바람의 도시, 성곽의 도시, 문학과 영화의 도시(성공의 시대와 대도시), 더위 혹은 햇살의 도시, 낮과 밤의 도시, 축제의 도시, 휴양과 관광의 도시, 지진의 도시, 박제된 도시, 계획도시 그리고 이상 도시. 영화의 도시와 박제된 도시만이 여행을 마치고 내가 쓴 여행기이고, 나머지는 건들지도 못했고, 아마 여행기를 쓰며 소소하게 언급하는 정도가 전부일 것이다. 탈전공+탈도시인으로 정체화한 지 3년이 지난 지금은 많은 욕심을 내려놓았다.

수만 장의 사진을 찍고 나면 어떤 사진을 블로그에 올릴지 선정하는 데만만 한세월이 걸린다. 그래도 과거의 내가 잘한 것은 파노라마 사진 편집은 다 마쳐놨다는 것. 하지만 과거의 나는 정작 그 단순 반복 작업을 잘한 것 때문에 여행기라는 큰 작업은 정작 한없이 미뤄버렸다. 코로나 기간이 사실 여행기 쓸 절호의 기간이긴 했지만, 나는 그 시기에 온라인 게임 세상에 발을 들여놓았고, 게임의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게임에 익숙해진 이후에는 영상 편집과 스토리 텔링에 몰두하며 지냈다.

그렇게 6년이 지났고, 지금 사진을 선택하는 것도 재미있고, 그 사진에 담긴 생각 끄집어내서 글을 쓰는 것도 재미있다. 너무 진지할 필요 없이 그냥 아무 말이나 사진을 찍을 때 생각했던 것과 사진을 보며 지금 생각나는 것들을 적고 있다. 그러고 보니 트위터에서도 그간 너무 진지했었던 건가 싶기도 하다. 아 근데 나이 들었는데 좀 진지해야지 어떻게 해. 그리고 트위터는 플랫폼 자체에 애정이 많이 떨어진 문제가 제일 큰 것 같다.

여행

지난 6년간 여행을 하지 않았다는 것은 약간 자랑이면서도 부끄러운 나의 기록이다. 틈만 나면 여행을 갔었고, 또래는커녕 그냥 어떤 사람에 비해 여행을 많이 가던 나였다. 여행 산업으로 촉진된 환경 파괴에 일반인 중에서는 상위권으로 기여했겠지. 그래서 부끄럽고 더 이상 여행을 가지 않는다는 자랑스러움이 공존 중이다.

언제든 여행을 갈 준비를 하고 있던 나는, 이제는 여행 안 간 지 몇 년 됐으니 가까운 곳이라도 갔다 와볼까 하며 예매한 티켓을 당일에 귀찮다고 취소하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여행을 갈 이유도 많지만, 이제는 여행을 가지 않아도 되는 이유가 더 많은 것 같다. 여행에 대한 딱히 의욕도 의지도 없다. 나이 든 고양이를 맡겨야 할 친구를 구하는 것도 어렵다. (우선 친구 있는지 부터 물어봐주세요...) 아마 혼자 떠나는 여행은 내 평생 굳이 더 갈 이유는 없을 것 같은데, 올해 2025년에 가족 여행을 빌미로 뉴욕을 혼자 여행하러 간다. 솔직히 예전에 여행 준비하던 것에 비해 의욕이 진짜 없다. 가기전에 관련 책을 다 읽었으면 싶은 것이 유일한 욕심.

내 버킷리스트에 있던 여행은 하나 빼고 모두 다녀왔고, 그 외에 구글 지도나 내 머릿속에 있는 여행지들은 욕심이다. 욕심부리면 어때 싶지만. 또 욕심 부려서 뭐하냐 싶기도 하다. (후자가 더 강함.) 물론 아직 약간의 욕심이 남은 여행이 있는데, 그것은 더 나이 들기 전에 몸 컨디션 관리 잘하면서 마음에 드는 지역을 자전거로 여행하는 것이다. (아마도 토스카나 지역... 내 사랑 또스카나.) 그리고 마지막 여행 버킷리스트는 프랑스 남부 중세 도시 순회 여행인데, 탈전공을 한만큼 흥미도가 많이 떨어진 상태다.

아 근데, 여행에 대한 욕심은 1도 없는데 왜 이렇게 여행기 쓰는 것이 재미있을까? 이건 마치 식욕은 별로 없는데 요리하는 것은 좋은 느낌인 건가 싶기도 하고. 여행을 막상 가면 또 재미있을까 싶기도 하고. 아무튼 여행기 쓰기에 푹 빠진 지금 열심히 노를 저어야겠다. 여행기 쓰느라 게임 영상 편집 다 밀리고 있고, 사실 유튜브에서 내 영상을 기다리는 사람이 봇 계정만 종종 붙는 이 블로그에 비해 훨씬 많은데, 뭐 어쩌겠어. 내가 지금 재미있는 것 재미있게 해야지. (여유있는 주말엔 긴 호흡으로 여행기를 쓰고, 평일에는 영상 편집 위주로 할 것 같다. 두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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