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1. 18. 16:18ㆍ트윗
MBTI에 약간 손을 대고 있다. 이런 거 잘 믿는 타입은 아닌데, 결과적으로 성격 검사라는 것이 자기 스스로를 알아가는데 도움이 된다는 면에서 또 한 번 빠지면 집요하게 파고드는 스타일이기도 하다.
오래전, 한국에서 MBTI가 한창 유행이었을 때 친구들과 함께 했었던 내가 최초로 기억하고 있는 MBTI 유형은 "엄격한 관리자"였다. 실제로 나는 상대를 컨트롤하길 좋아하는 컨트롤 프릭에 가까웠고, 심지어 꽤 엄격한 기준을 가지고 있었다. 내 별명도 자연스럽게 엄격한 관리자가 되었다. 찾아보니 이 유형은 ESTJ였다.
너 T야? 난 완벽한 T였다. 아마 80% 이상은 나왔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감정적인 공감을 바라는 사람에게 불편한 직설을 자주 하는 사람이었다. 이 두 가지가 내가 기억하는 내 최초의 MBTI 특성이었다. 엄격한 관리자와 T.
최근에 두 번 MBTI 검사를 했다. 첫번째 검사는 오랫동안 하고 있는 MMORPG의 길드 내에서 마이크를 켜고 게임을 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를 찾아내기 위해서 장난식으로 진행된 테스트였다. 국적을 막론하고 E 유형은 마이크를 켜고 소통을 하며 게임을 하는데 익숙했고, I 유형은 모두 마이크를 꺼놓는 사람들이었다. 내향적인 사람과 외향적인 사람인 사람의 차이를 생각하면 사실 너무나 당연한 거지만, 검사 결과로 그렇게 깔끔하게 구분이 되니 좀 신기했다. 그때 나는 ENFJ-A가 나왔다. 나의 S는 N으로 바뀌었고, F는 T로 바뀌었다.
그리고 얼마 전 MBTI 검사를 한번 더 해보았다. 이번엔 E가 I로 바뀐 INTJ-A. 살면서 어느 정도 "외향적인" 사람이라고는 생각해 봤지만, 근본적으로 내향적인 사람이라 생각해 왔다. 근데 MBTI 분석이나 이런저런 평가를 보니 스스로가 생각보다 (상황에 따라) E적인 부분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검사 결과도 항상 I와 E가 50% 내외를 왔다 갔다 하니 지금의 나는 외향적인 면이(아마도 사회성 에너지가 가득 차있을 때) 그리고 내향적인 면이(고갈 됐을 때) 모두 있는 사람이라 생각한다.
T와 F도 비슷하게 결과가 왔다 갔다 한다. 최초의 테스트와 너 T야의 유행을 거치며, 스스로 T의 문제점을 인식하며 조금씩 조금씩 스스로의 인식을 교정해 온 결과, 거의 완벽한 T에서 이제는 조금은 (공감의) 감정을 갖춘 사람이 되었다. 이전 검사 결과에서 F가 나온 것은 내가 F인 사람이 된 결과라기보단 테스트 중 내 희망사항이 더 많이 반영된 것이라 생각을 한다. (결론적으로 스스로 ENTJ라고 생각함...)
유행이기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멀리했었던 MBTI는 생각보다 나에게 스스로 변화의 근거로 삼으면서 꽤 도움이 되었는데, 역시 모든 유행은 유행이 끝나고 나서야 관심을 가지고 그간 수많은 사람들이 쌓아놓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활용하면 좋다는 생각을 다시금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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