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리(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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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선동의 미래
익선동을 처음 알게 된 것은 회사를 다니고 나서였다. 단체 생활이 주는 수많은 피로감과 (정확히 말하자면) 무의미함이 스스로를 무기력하게 만들지 못하도록 하나의 저항으로 근무시간에는 정말 근무만 열심히 했고, 출근 시간 전, 점심시간 사이 그리고 퇴근 시간 후에 주변 도시를 탐험하기 시작했다.동쪽으로는 창덕궁과 종묘, 서쪽으로는 경복궁, 남쪽으로는 종로 3가 그리고 북쪽으로는 북촌이 점심시간을 기준으로 한 대략적 답사 경계였다. 특히 출근 시간에 안국역에서 내려서 곧장 회사에 가는 비교적 재미없는 길을 택하기보단 종로 3가에 내려서 익선동을 거쳐서 가는 것은 꽤 좋은 출근길이었다. 경험상 이 주변은 비교적 저녁때 그리 치안이 좋은 곳은 아니었다. 익선동은 도시적인 관점에서 선호 지역은 아니었다. 물론 재..
2016.05.10 -
옥바라지 골목 철거 사건을 바라보며
"도시들은 우리의 비전과 우리의 실수의 물리적 기록이다." - David Chipperfield서울의 물리적 모습을 보면 이 사회에 얼마나 크고 작은 실수가 많았는지 알 수 있다. 옥바라지 골목은 한국 도시에또 다른 실수를 남기는 장소가 될 것이다. 역사성이라는 말을 많이 하는 나이지만, 모든 도시와 동네가 역사 도시로 보존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역사적 기억들은 적어도 간판, 기념물, 기념 공원 등 어떤 방식으로도 기억될 수 있다. 옥바라지 골목 같은 경우도, 아마 계속 압박이 들어간다면 골목길 원형을 보존하고, 몇몇 주택은 남겨 박물관으로 재활용하는 등 역사는 어떻게 든 남겨질 가능성이 크다. 거지 같은 모습으로 남겨진 종로 피마골을 봐라. 잘 보존되건, 아니면 생색을 내며 보존을 하건 ..
2016.04.15 -
2016 난민들을 위한 집은 없다/ No Home for Refugees
얼마전 Charlottenburg의 Spreeufer의 한 건물이 점거[각주:1]되는 사건이 있었다. 얼마전이라고 써놓고보니 거의 반년전의 일이다. 그만큼 찍은 사진의 배경도 많이 바뀌었다. 스쾃 같은 것은 먼나라 이웃나라의 역사 속의 이야기였는데, 내가 독일에서 산 이후로도 몇몇 스쾃이 실제로 이루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과거와는 다르게 대부분 하루 이틀 사이에 경찰력에 제압당하는 단발성의 프로젝트였다. 주황색 타일 외벽이 인상적이었던 베를린 공대 소유의 건물은, 난민을 위한 활동가들Socialcenter4all에 의해 점거되었다. 이 건물의 철조망에는 베를린 공대 소유라고 명기되어있지만, 실제로는 오래전에 민간 투자회사에 판매된 상태라고 한다. 활동가들은 Zwischennutzung[각주:2] 계약을 ..
2016.02.26 -
2015 Dragonerareal를 지켜내다/ Bundesrat vertagt Verkauf des Dragoner-Areals
Dragonareal(기사에서는 Dragon-Areals로 표기하는데, 일반적으로는 편하게 Dragonerareal이라고 씀)은 Kreuzberg지역의 마지막 남은 대규모 개발이 가능한 구역으로, 얼마전까지만해도 현재 베를린 정부 소유인 약 47.000㎡에 달하는 땅이다. 그리고 이 땅은 최고 입찰가격이었던 약 3천6백만유로(약 432억원)에 오스트리아/체코에 기반을 둔 EPG Global Property Invest라는 회사에 판매될 예정이었다. 대형 쇼핑몰과 고급주택을 지어온 회사라고 한다.하지만 그 계획은 오늘 있었던 베를린 시 재정 위원회에서 결정되지 못한채 연기되었다. 물론 다음 재정위원회가 있을 6월까지 미루어진 일에 불과하다. 하지만 (무조건적인) 최고입찰가격에 정부 소유 부동산을 판매하는 ..
2015.04.24 -
서울: 첫 기록
도시를 공부하고 서울에 살았지만, 전형적인 서울 촌놈답게 서울을 잘 모른다. 여느 대도시에서의 삶이 그러하듯, 일정 지역과 동네에서만 지내더라도 편리함 삶을 누리고 살기에 불편함이 없기 때문이었다. 대부분의 대도시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도시내 다른 지역을 잘 알게 되는 시점은 아마도 이사를 가거나 혹은 고등학교나 대학을 다른 지역으로 다니게 되는 등의 삶의 공간이 변화할 때이다. 나름 대학을 서울 내 다른 지역으로 다니고, 도시를 공부하며 여러 장소를 돌아다녔으나 여전히 (심지어) 베를린에 비해 서울은 미지의 도시처럼 느껴진다. 3주간의 여행은 여러 면에서 너무나 뿌듯했다. 하지만 여전히 이 도시를 돌아다니면 꽃 피지 못한채 떠나야했던 학생들과 사람들의 죽음처럼 그 가능성을 다 펼치지 못하고 관리 받지 못..
2015.04.05 -
2015 쫓겨나느니 점거하라!/ Besetzen statt Räumen
일요일 오후 2시. Ohlauer Str. / Ecke Reichenberger Str.에서부터 시작된 거리 시위는 Görlizer Park를 지나 오후 4시 Beermann Str.20, 22번지 앞에서의 시위까지 이어졌다. 작년 베를린을 들끓게 한 난민들의 마지막 피난처였던 Gerhart-Hauptmann-Schule, 최근 주민 토론회부터 시작해서 다양한 논의와 Null Toleranz를 바탕으로 한 경찰력 투입과 공원 정리를 통해 마약 판매를 근절시키려는 장소인 Görli, (물론 이 상황을 단순히 마약의 근절 문제로 접근해서는 안된다) 그리고 이전 소식(2015/02/10 - [베를린/소식] - A100 연장 공사/ Verlängerung der A100)으로 전했던 A100 연장 공사로 인해 ..
2015.0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