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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17 런던

런던: 그렌펠 타워/ Grenfell Tower, London

by 도시 관찰자 2017. 11. 4.

10일간의 영국 완주 여행을 오신 부모님을 만나러 런던에 1박 2일의 일정으로 잠시 다녀왔다. 저녁에 런던에 도착하는 부모님을 만나기전 한나절 가량 런던을 처음 돌아볼 시간이 있었고, 바로 생각난 두 장소는 그렌펠 타워Grenfell Tower와 노팅힐Notting Hill. 상반된 감정을 가지고 있는 두 장소는 공교롭게도 아주 가까운 위치에 자리잡고 있다. 그렇게 런던에 도착해서 이른 점심을 먹은 뒤 가장 먼저 도착한 곳은 그렌펠 타워였다. 그렌펠 타워는 켄싱턴과 첼시 왕립 자치구Royal Borough of Kensington and Chelsea에 위치한 Latimer Road역 인근에 위치해있다. 실제로 역에서 내리면 바로 비현실적인 참사의 풍경을 볼 수 있다. 아니. Hammersmith&City 혹은 Circle Line을 타고 이 역으로 접근하면서 그 충격적인 모습을 볼 수 있다.


역을 빠져나오면, 그렌펠 타워가 속한 Lancaster West Estate일대의 벽과 담장에 붙어있는 그렌펠 타워 참사와 관련된 많은 것들을 볼 수 있다. 여전히 찾지 못한 실종자를 찾는 벽보부터 시작해서, 추모를 위해 남겨진 꽃들까지. 그리고 그중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것은 No Photo라는 문구였다. 나 역시 주택단지를 최대한 벗어나서 몇장의 사진만을 남겼다. 그렌펠 타워 참사와 관련해서는 이번 방문을 기회삼아 글을 쓰게 되지 않을까 싶다. 내 전공과 관련이 크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렌펠 타워 참사는 한 시대를 같이 살아가는 인간으로 너무 끔찍한 참사이자 비극이었다.



다음날 부모님의 가이드 여행에 합류해서 시내로 이동하던 버스에서 그렌펠 타워를 또 지나치게 되었다. 워낙 큰 참사였기에 가이드님도 관련해서 여러가지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그 중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그렌펠타워를 두고 기념사진을 찍다가 추방되었다는 이야기[각주:1]에 웃음을 짓는 한국의 관광객들의 반응이 너무 의아했다.

한국인과 중국인을 구분짓는 행동은 해외에서 생활을 하는 한국인들이 초기 가장 무의식적으로 유지되는 습관이다. 그리고 그 차별적 습관에는 항상 중국인이 한국인보다 여러 면에서 후진적이라는 생각이 깔려있다. 그것이 경제적 이유건 혹은 문화 혹은 국제사회에서의 매너 등의 이유건 말이다. 여행객에겐 당연히 그 차별이 더 심할 수 밖에 없는데, 사실 한국인과 중국인을 외적으로 드러나는 차이로 구분할 수 있는 사람을 제외한 그 외의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중국인과 한국인은 같은 황인종으로 혹은 동아시아인으로 구분 된다. 상처가 아물기는 커녕 여전히 참사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은 그렌펠 타워를 하나의 관광지로 소비하는 것에 대한 문제가 아닌, 열등한 중국인으로 멸시하는 식으로 그 내용을 소비하는 것 같아 조금 당황스러웠다.

  1. 실제로 현지 가이드는 중국으로 추방 당했고, 버스 운전사는 해고되었다고 한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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