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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17 런던

런던: 노팅힐 그리고 영화/ Notting Hill, London

by 도시 관찰자 2017. 11. 6.

"Whoopsidaisies" - William

"All these streets round here have these mysterious communal gardens in the middle of them. They're like littel villages" - William

그렌펠 타워를 뒤로하고 두 번째로 방문한 런던의 장소는 노팅힐이었다. <노팅힐> 영화의 시작을 알리는 그리고 노팅힐의 상징과 같은 포르토벨로 도로Portobello Road로 가는 길에, 영화에서 비중 있는 장소였던 두 곳을 먼저 방문했다.

첫 번째 장소는 줄리아 로버츠와 휴 그랜트가 동생 생일 저녁식사를 끝내고 담장을 넘어 들어간 공용 정원Communal garden이었다. 여전히 담장은 굳게 쳐져있고, 거주민만 이용 가능한 공원으로 남아있었다.

 

"I got completely lost. It's very difficult, isn't it? Everything's got the word "Kensington"in it. Kensington Park Road. Kensington Garden. Kensington bloody Park Garden." - Tessa

그 공원에서 코너만 돌면 바로 자리한 91번지 주택. 바로 휴 그랜트의 동생의 생일 저녁식사를 한 친구 부부의 주택이었다. 두 장소 모두 거주 지역에 위치해 있어서인지, 어떤 표지판이라던가, 몰려있는 관광객이라던가, 영화에 대한 작은 단서도 없이 비교적 평범한 주택가의 모습을 고스란히 유지하고 있었다.

인터넷에서 주소 검색하다가 주변 주택 시세를 대략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는데, 1999년도 영화 상에서도 이미 어느 정도 중산층 가정의 주택이었고, 그동안 계속 주택 가격이 올랐다는 가정 하더라도, 지금 주택 가격은 상상을 초월했다. 참고로 93번지에 위치한 침실 4개짜리 주택(사진상 나무에 가린 주택)은 750만 파운드였다. 한화로 약 110억 원가량.

 

"And then, suddenly it's the weekend and from break of day hundereds of stalls apper out of nowhere, filling Portobello Road, right up to Notting Hill Gate. And wherever you look thousands of peope are buying millions of antiques, some qenuine and some not quite so genuine." - William

그다음으로는 영화의 중심거리였던 포르토벨로 도로로 걸어갔다. 노팅힐 영화가 시작하며 휴 그랜트가 주저리주저리 혼잣말을 하던 그 거리. 노팅힐 게이트 역에서 조금 내려오다 보면 위치한 포르토벨로 도로의 골동품 거리는 영화상에서도 주말이면 관광객들이 몰리는 인기 있는 장소였다. 지금은 매일같이 사람이 붐비는 완연한 관광지로 변해있었다. 대부분 가짜 골동품으로 가득 찬 거리를 잠시 둘러본 채로 포르토벨로 도로를 따라 북쪽으로 계속 이동을 했다.

 

"And so it was just another hopeless Wednesday, as I walked the thousand yards through the market to work, never suspecting that this was the day that was gonna change my life forever. This is work, by the way, my little travel bookshop." - William

길을 걷다보니 영화에서 휴 그랜트가 운영하는 여행 서점을 지나쳤다. 여행 서점 내부는 다른 건물에 촬영을 했기 때문에, 해당 건물의 실내는 영화의 그 어떤 흔적도 찾을 수 없이, 런던의 여느 관광상품가게처럼 더 많은 상품을 진열하기 위한 모습으로 꾸며져 있었다.

 

"There is the market on weekdays selling every fruit and vegetable known to man." - William

주민들을 위한 식품과 생필품 등을 팔던 동네의 중심 거리는 이제 관광객들을 주대상으로 하는 거리였다. 비록 대부분 차량이 주차되어 있었지만, 특정 요일 혹은 주말에는 장터가 열지 않을까 생각게 하는 장터 구분선(?)으로 보이는 표시가 거리 바닥에 있었다.

 

 

"That's my house there with the blue front door." - William

"And so, this is where I spend my days and years in this small villiage in the middle of the city in a house with a blue door that my wife and I bought together before she left me (...)" - William

"She is in that house with the blue door in Notting Hill." - Anna

파란 대문 집. 실제 휴 그랜트의 집 내부는 여행 서점과 마찬가지로 다른 곳에 위치한 주택에서 촬영하였고, 파란 대문으로 입장하는 것까지만 노팅힐에서 촬영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많은 사람들이 파란 대문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그 앞을 지나는 좁은 도로는 주차된 차량 등으로 인해 교통정체가 심했다. 길 건너편에서 차량 간섭이 없이 사진을 찍으려면 수분을 기다려야 했지만, 정작 글을 쓸 때는 차량이 막고 있는 사진이 더 좋아 보이더라.

 

"(...) which is here, Notting Hill, my favortie bit of London." - William

노팅힐은 이제는 옛 영화라고 불러도 어색함이 전혀 없는... 사실 이제는 고전 영화 중에서도 오래된 영화가 되었다. 1999년에 개봉을 했으니, 몇 년 뒤면 30주년을 맞게 된다. 그간 수많은 사회적 변화가 있었고, 특히 20세기말 21세기 초를 수놓았던(?) 할리우드의 로맨틱 코미디 영화가 자리가 많아 보이진 않는다.

또한, 옛 영화들이 지닌 (사회 문제 등에 대한) 나이브한 접근 혹은 여성 혐오적인 시선 등이 점점 더 옛 영화를 다시 돌아보기가 어렵게 만들어 왔고, 이번 여행을 다녀와서 노팅힐을 다시 보기 전까지는 노팅힐 역시 마찬가지인 영화로만 기억했다. 이번에 영화를 보면 이 추억의 영화를 보는 것이 마지막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의외로 (1999년에 개봉한 영화치곤) 노팅힐이 던지는 메시지는 많았고, 현시대에도 적절한 메시지가 있었다. 그만큼 사회 문제는 전혀 해결이 안 되었다는 슬픈 현실이기도 하지만, 아무튼 가끔씩 추억을 하며 다시 돌아볼 수 있을만한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는 큰 틀에서 대스타 미국 여배우의 삶과 책방을 운영하는 서민 영국 남성이라는 차이를 지속적으로 비교하며, 세부적으로는 영화 속 대화 곳곳에서 대스타 여배우의 삶이 구조적인 남녀차별 문제와 그로 인한 고통으로 차있음을 보여준다. (기억나는 내용만 해도, 식당에서 여자배우들을 품평하는 남성들, 10여 년간의 끊임없는 다이어트, 짧은 여배우의 수명, 스캔들이 났을 때 남성과 여성을 다루는 차이 등)

100% 모범적인 태도는 아니고, 또한 사회적 계층의 차이로 인해 만들어지는 태도이겠지만, 줄리아 로버츠를 대하는 휴 그랜트의 태도나 발언 등도 인상적이었다. 뿐만 아니라, 친구들과의 대화에서도 꽤 인상적인 점을 새롭게 많이 발견할 수 있었다.

"I live in Notting Hill. You live in Beverly Hills" - William

영화 속의 노팅힐은 당연히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그냥 그런 관광지의 모습을 하고 있는 노팅힐에 실망을 안 하기가 더 힘들겠지만, 그래도 영화 노팅힐을 재발견하고 추억의 영화를 계속 간질 할 수 있게 되었다는 위안을 얻게 된 짧은 방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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