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3. 24. 18:00ㆍ여행/'19 나폴리+시칠리아
워낙 유명하니까 도저히 안 갈 수 없는 그런 관광지들이 몇 개 있다. 이게 도심 관광지에 있는 건축물이면 좋든 싫든 결국 지나칠 수밖에 없지만, 자연환경이라면 유명하더라도 그것을 건너뛰는 경우가 많다. 유명해져서 사람이 드글거리는 자연환경만큼 볼썽사나운 풍경이 어디 있겠는가. 터키의 계단 혹은 터키인의 계단이 딱 그 사유에 적합한 관광지였다.
하지만 이곳이 어딘가? 지중해의 시칠리아섬. 터키의 계단은 무엇인가. 해안가에 접한 자연환경이다. 굳이 이곳을 피할 이유는 없었다. 지도를 보니 주변이 모두 바다수영 스팟이었다. 용기(?)를 내서 여행계획표에 터키의 계단을 적어 넣었다. 아 근데 색상으로 대비되는 풍경이 너무 좋았다.
천국의 계단 구경도 구경인데, 사실 수영하러 온거라, 저쪽 해안가로 사람들이 도대체 어떻게 간 거지 굉장히 궁금했다. (저쪽이 사람이 적었음.)
내가 자연 풍경을 전문으로 하는 사진작가라면 여기서 진짜 1년 내내 살면서 사진 찍어도 안 질릴 것 같았다.
지중해펌피럽
파티 요트가 많이 보였다.
아래로 내려갈수록 해수욕장 분위기 물씬.
좋긴 좋네. 사람들이 많이 걸어 다닌 곳은 더 하얗고 (아래서 그 이유 볼 수 있음), 그렇지 않은 곳은 회색 빛이다.
저기 갈까 말까.
이런 좀 지구 같지 않은 느낌 좋긴 하다. SF영화 재질.
사실 나는 쓸데없는 반골 기질이 있는 편이라 우측의 빨간 펜스를 일부러 계속 사진에 집어넣었다. 이곳이 정말 완벽히 깔끔한 관광지로 미화되서 기억나는 게 싫어서.
멀리서 보면 하얗지만, 또 가까이서 보면 또 그렇지도 않다. 크림색.
더 가까이 오면 온갖 추악한 인간들의 기록들로 가득하다. 이놈들아 이거 유네스코 문화유산이야. CIA에 신고한다? 농담이고, 난 사실 근본적인 훼손이 아닌 이상 이렇게 남겨진 사람들의 흔적을 좋아한다. 어떤 대관광 시대의 기록물이라고 해야할까.
약간 사람 너무 많은 데서 수영하는 사람들 좀 신기하긴 하다. 이건 어쩌면 홍인 가득한 곳에 있는 아시안이라서 그런 걸 지도.
터키의 계단 계속 따라가면 반대편 해안가로 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도저히 길이 안 보여서 뒤돌아가는 중. 저기 어떻게 가는 거야.
레이어 보는 건 항상 뭔가 묘하게 기분이 좋지. 지질학적 소양이 전무해서 여기서 어떤 증거를 읽어내지 못해도 엄청나게 긴 역사의 켜라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항상 지형 단면을 볼 때 설레는 포인트가 있다.
수영해서 간 건가???
이 지형은 이회토(Marl)라는 퇴적암층으로 만들어진 곳이라,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흙의 성질 때문인지 하얀 흙이 발바닥에 가득 묻어있었다. 이거 한국에 있었으면 팩 만들어서 팔았을 듯(아무 말). 이래서 사람들이 많이 걸어다니고 손을 집고 하는 부분은 더 햐얗고, 그렇지 않은 부분은 회색빛에 가까웠다.
우주로 출발.
볼건 다 봤으니, 슬슬 사람들을 피해 수영을 할 스팟을 찾아갔다.
이회토의 흔적.
사람들을 저 멀리한 채로 한 30분 정도 바다 수영을 했다. 꽤 멀리 떨어진 스팟에서 수영을 했지만 여전히 왔다갔다 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아서 마음이 좀 불안했음. (누가 뭐 훔쳐갈까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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