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11. 30. 18:00ㆍ리뷰
* 포토 덤프라는 끔찍한(?) 트렌드에 뒤늦게 맞서 2025년에 본 것들 리뷰 덤핑. 리뷰 순서는 그냥 쓰면서 생각나는대로 계속 랜덤으로 배치한거라 별 의미는 없는데,「스티브」를 보고 나서 이 영화는 리뷰를 쓰긴 애매한데 싶어서 모음글을 쓰기로 한거라「스티브」는 맨 앞에 뒀다. 원래 12월 31일날 공개하려고 했는데, 12월에 딱히 문화활동을 많이 안할 것 같기도 하고, 뭐 보거나 읽으면 글 수정해서 추가하면 되니까 우선 공개한다.

스티브, 2025 ★★☆☆☆
세상은 썩어가고 방치되는 이들이 있는데, 그 안에서도 어떻게 자신을 갈아가며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다. 무난 했음. 좋은 영화였을수도 있지만, 내게 백인 비행 청소년들을 곱게 봐줄 대단한 여력도 없었고, 육체적으로 약해진 토미 쉘비를 보는 것이 힘들었다. 킬리언 머피는 피키 블라인더스 시즌 4에서 다시 만나는 걸로.

그래도 마지막에 다같이 껴않는 장면은 좀 감동적이었다. 울지마 토미. 우린 푸킹 피키 블라인더스니까!

추락의 해부, 2023 ★★★★☆
독일 아마존 프라임에서 봤는데, 영어와 프랑스어 대사를 모두 독일어로 더빙해놨다는 점을 제외하면 재미있었음. 더빙 문화에 대해서 할 말이 많지만(더빙하는건 좋은데, 오리지널 음성은 스트리밍 사이트에선 옵션에 주면 안됨?), 그래도 자막 익스텐션 앱 깔아서 봤으니까 넘어가겠다. 큰 틀에서 전통적인 가부장제 부부의 성격/역할/스타일을 미러링을 한 것에 집중해서 봤더니 굉장히 재미(?)있었다. + 대놓고 독일을 피해온 똥으로 표현한 것에 별점을 하나 더 줬다.

혼모노, 2025 (성해나) ★★★★☆
"넷플릭스 왜 보냐, 성해나 책 보면 되는데"라는 박정민 배우의 추천사 그대로다. 하필 내가 그 다음에 읽은 소설이 <대온실 수리 보고서>여서 아쉽게도 올해의 소설 픽이 되진 못했지만, 그래도 가볍게 읽을만하면서 동시에 단편 하나하나가 정말 영화 한편 같이 묵직함이 있는 소설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전공+한국에서 직장 배경 때문인지 대공분실 건축을 소재로한 단편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 나는 정말 표면적으로 그리고 기록과 정보를 바탕으로 비판하던 것을 이렇게 하나의 이야기로 엮어내니까 너무 신기하면서 소름끼쳤다.

헝거게임: 노래하는 새와 뱀의 발라드, 2023 ★★☆☆☆
내가 베를린에 살지 않았다면 영화의 초반부가 그렇게 짜치지 않았을 것이고, 내가 씨너스를 미리 보지 않았다면 주인공의 노래가 좀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을 것이고. 그러다보니 영화 후반부의 다크해지던 부분 말고는 영화를 제대로 즐길 수 없었던 것 같다. 우린 운명이 아니었지만, 헝거게임 몇 안되게 좋아하는 SF 프랜차이즈 영화인데, 그래도 이렇게 영화를 보았으니 됐지 뭐.

씨너스, 2025 ★★★★☆
씨너스 이야기를 했으니... 블루스 싫어하는 사람, 뱀파이어물 싫어하는 사람 아니면 그냥 보세요. 이야기는 조금 단순하지만(당연히 미국과 흑인 사회를 파고들면 굉장히 복잡한 영화이긴하다. 가볍게 보면 단순하다는 의미), 블루스와 마이클 B. 조던의 아우라가 가득한 영화. (불호는 아니었지만 배우에게 별 관심이 없는 편인데, 이 영화로 좀 호감도 상승.)

케이팝 데몬 헌터스, 2025 ★★★★★
보세요. 한국인이면 제발 좀 보세요. 대중적인 K문화의 거대한 이정표라고 생각함. 심지어 미국에서 제작했다는 것까지도.

한강 작가 소설: 소년이 온다, 2014. 작별하지 않는다, 2021. ★★★★★
한국인이라면 교양 서적으로 꼭 읽어야하지 않을까. 광주 5.18 항쟁과 제주 4.3 사건 (혹은 항쟁)을 다루는 두 소설. 소설의 훌륭함이야 이제 굳이 말을 할 필요가 없어졌고, 개인적으로는 마치 내가 주인공이 된 것 마냥 그 장소가 느껴지고, 그 감정들이 고스란히 내게 스며드는 것이 너무 좋으면서도 슬펐다.
내가 취미로 즐기는 모든 것의 작가, 주인공, 배우, 가수가 누구든 이렇게 딱히 작품 이상으로는 관심을 주는 편이 아닌데, 한강 작가는 상황이 상황이다보니 이런저런 매체와 정보를 접할 기회가 많았다. 그 때 놀랐던 것은 이렇게 잘 알려진 대표작들을 제외하고도 정말 많은 글을 썼다는 사실. 노력 없는 빈곤함을 노력으로 포장한 유명인이 워낙 많은 셀프 프로모션의 시대이다보니, 가끔은 유명함으로 인해 그 뒤에 있는 노력을 못보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노력 안해도 되는 천재마냥), 한강 작가님이 딱 그런 사람이 아니었을까. <빛과 실> 에세이도 너무 좋았다. <희랍어 시간>은 잘 읽히지 않아 우선 묵혀두고 있...

이벨린의 비범한 인생, 2024 ★★★☆☆
우리 모두는 가면을 쓰고 살아가고, 그 가면을 거의 누구나 쓰고 있는 것이 온라인 세상이라고 생각하는데, 때로는 그 가면이 누군가에게는 더 자유를 주기도 한다. 무엇보다 이제는 다시는 경험할 수 없는 인터넷 커뮤니티 혹은 게이밍 커뮤니티 초창기의 긍정적인 모습을 그려낸 영화(부정적인 면을 모르는 것은 아님.) 2025.09.11 - [리뷰] - [책] 모두가 가면을 벗는다면

The OA 파트1 & 파트 2, 2016 ★★★☆☆
2016년 작품이 2025년에도 재미있을 수 있다고? 조금 지루할 틈이 있긴한데, 전체적으로 너무 재미있는 드라마였음. 이것도「세브란스 」와 마찬가지로 제목이랑 포스터가 사람들 보고 보지 말라고 자꾸 멱살잡아 내리려고 하는 그런 드라마였음.

굿뉴스, 2025 ★★★★☆
시놉 대충 읽어서 그냥 국제시장 스타일의 국뽕 영화인줄 알았는데, 정반대 스릴러 코미디 영화였음. 그래서 처음볼 때 뭐야 이거 미쳤나?(긍정 및 혼란) 싶었는데, 최근 봤던 한국 영화 중에 순수 유머 코드 면에서 제일 재미있었음. 모두까기 인형급 영화라서 이것저것 다 까니까 어느 한 사이드에 치우쳐진 사람은 좀 보기 힘들 수도 있을지도 모르겠다. 짧게 던지는 유머와 연출에는 종종 무리수가 있긴했는데 그냥 다 웃어줄만 했고, 큰 틀에서 이야기를 엮어내는 것도 좋았다. 무엇보다 감정 표현과 상황 연출이 극단적인 경우가 많다보니까 짤 좋아하는 사람들은 건질 수 있는 짤 많은 그런 영화이기도 했다. 설경구 + 홍경 때문에 별 하나 감점. (그냥 별 이유 없는 개인 불호) 근데, 주연 둘이 싫은데, 영화를 재미있게 볼 수 있으면, 그만큼 재미있는 영화라는 뜻이 아닐까? 뭐랄까 감독이 영화를 그리며 원하던 이미지를 정확히 구현한 영화가 아닌가 싶음.

미틱 퀘스트 시즌 1 ★★★★☆
mmorpg 게임 회사를 배경으로 다양한 주제의 사회 풍자 코미디 시리즈인데, 게임 업계+게임 커뮤니티 전반에 걸쳐 다루고 있어서 재미있었고, 개인적으로는 넷플 원데이앳어타임 이후로 제일 재미있게 봤던 시트콤 드라마였다. 가볍게 재밌는 시리즈 보고 싶으면 추천!

미키 17 ★★★★☆
가볍게 볼 수 있는 재미난 오락 영화가 될 수도 있고, 깊은 생각을 하게도 만들 수 있는 명작. 개인적으로는 결말을 떠나서 영화 보는 내내 미키를 보며 마음이 아팠는데 패틴슨이 정말 연기를 잘하는 듯? 그의 시작점은 어색한 연기의 잘생긴 뱀파이어였는데, 어느새 묘하게 잘생김이 남아있는 연기 장인이 되어있네.

프랑켄슈타인 ★★★☆☆
나는 너무 세트장 같은 (CG를 곁들인) 실내 배경 영화랑 분장 느낌이 크게 드는 캐릭터에 몰입을 못한다는 사실을 확인한 영화. 모든 실내 배경이 그렇다는 것도 아니고 모든 크리쳐가 싫다는 것은 아니고 그냥 간혹 좀 몰입이 안되는 배경이나 캐릭터들이 있는데, 지금까지 델 토로 영화를 하나도 안봤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그의 스타일과 내 스타일이 전혀 안맞는 것일지도. 그럼에도 영화는 재미있었다. 그럼에도.

블랙베리 ★★★☆☆
나는 예쁜 쓰레기의 추종자였다. 물리 키보드, 타건감, 터치패드 그리고 정사각형 앙증맞은 화면 비율까지 까지 모든게 완벽한 폰이었다. 영화에서 나오듯 시대의 흐름을 선도했지만, 아이폰에 밀리면서 지금은 사실상 사라진 존재지만, 내겐 언젠가는 돌아왔으면 하는 로스트 테크놀로지다. 최근에 전문경영인에 대한 불신이 가득해지고 있어서 CEO놈 좋게 볼 수 없었지만, 간만에 이런 북미식 (상업)영화봐서 재미는 있었다.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
여러 단편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소설집의 제목이 된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은 정말 (트위터) 밈과 유행으로 소설을 쓰면 이런 소설이 되지 않을까의 최고의 결과물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밈과 유행에 절여지는 삶을 싫어하지만, 동시에 이것들은 우리가 현대 사회를 바라보는 틀인데, 노골적으로 소설 속 시대상을 유행과 밈으로 설정하거나 그것으로 표현하는 것이 인상적이었고, 처음에는 어색했으나 단편 후반으로 갈수록 그 표현법에 몰입이 되었다.

작은 땅의 야수들 ★★★★☆
좀 기묘한 소설이었다. 현대 한국 소설 같지는 않고 8,90년대에 쓰여진 하지만 그 당시에는 굉장히 세련된 소설로 평가받았을 것 같은 그런 소설. 아마 그 이유는 작가의 이력 영향(이민자 2세대)이 크지 않을까 생각된다. 아무튼 소설을 너무 좋았다. 일제시대부터 광복까지의 시대적 큰 흐름과 조선 사회가 변화하는 흐름 속에서 등장인물들 나름의 선택과 고분고투 그리고 그 속안에서 개인과 연인간의 감정 표현들에 감정이입이 너무 잘되었고, 물론 소설의 큰 주제가 애국인 것도 아님에도... 어느순간 애국자가 되어있는 나를 발견하였다. 『하얼빈』이 보고 싶다.

이것 말고도 다 본 것과 건드려본 것 정말 많은데, 대충 기억에 남았고 그래서 리뷰를 써서 그 기억을 조금이라도 남기고 싶은 것들은 이게 대부분인 것 같다. 올해 약간 (한국) 문화 컨텐츠 공백기 따라잡기로 보냈는데(케이팝도 많이 들었고), 내년에도 비슷한 수준으로 문화 활동하며 지내고 싶다. 책은 좀 더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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