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12. 9. 18:00ㆍ리뷰

정말 너무나도 뜬금없이 생각난 조합이었다. 수년 전에 방문한 이탈리아 소도시의 물리적인 "업타운"(구도시에 비해 높은 지형에 있던 신도시)에서 본 살짝 로맨틱한 순간을 담은 사진을 보며 뜬금없이 생각난 노래가 있었다. 바로 웨스트 라이프 「업타운 걸, 2001년 」 (원곡: 빌리 조엘 1983년). 그리고 이 노래의 뮤직 비디오를 보며 갑자기 떠오르는 영화가 있었다. 바로 「노팅힐, 1999년」, 뮤비를 보며 이 영화가 떠오른 것이 단순 우연 같지가 않았다. 둘 사이를 관통하는 공통된 주제가 느껴졌다. 이 두 이야기는 (서구)사회의 자본주의 가속화로 인한 공간적 계층 분화(Segregation)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고 사회적으로 이 계급적 공간 분화가 당연시여겨지던 시기에 그런 사회적 제약과 체제를 우연한 사랑의 힘을 통해 뛰어넘으려는 동일한 시대적 맥락을 가진 것처럼 느껴졌다. (헉헉. 문장 쓸데없이 길다. 독일인 다된 듯.) 아무튼, 이게 갑자기 뭔 헛소리냐고? 이 두 이야기를 함께 묶어서 뜯어보며 나의 논리적 비약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 ↓ ↓ Uptown Girl 노래 영문 가사 ↓ ↓ ↓
[Verse 1]
Uptown girl
She's been living in her uptown world
I bet she's never had a backstreet guy
I bet her momma never told her why
I'm gonna try for an
[Chorus]
Uptown girl
She's been living in her white-bred world
As long as anyone with hot blood can
And now, she's looking for a downtown man
That's what I am
[Bridge]
And when she knows what she wants from her time
And when she wakes up and makes up her mind
[Pre-Chorus]
She'll see I'm not so tough
Just because I'm in love with an
[Verse 2]
Uptown girl
You know I've seen her in her uptown world
She's getting tired of her high class toys
And all the presents from her uptown boys
She's got a choice
[Verse 3]
Uptown girl
You know I can't afford to buy her pearls
But maybe, someday, when my ship comes in
She'll understand what kind of guy I've been
And then I'll win
[Bridge]
And when she's walking, she's looking so fine
And when she's talking, she'll say that she's mine
[Pre-Chorus]
She'll say I'm not so tough
Just because I'm in love with an
[Chorus]
Uptown girl
She's been living in her white-bred world
As long as anyone with hot blood can
And now, she's looking for a downtown man
That's what I am
[Outro]
Uptown girl, she's my uptown girl
You know I'm in love with an uptown girl, my uptown girl
You know I'm in love with an uptown girl, my uptown girl
You know I'm in love with an uptown girl, my uptown girl
You know I'm in love with an uptown girl
* 이 글은 아래 런던 노팅힐 여행기이자 짧은 영화 리뷰입니다. 이 글을 본격적으로 읽기 전에 Westlife의 Uptown Girl 뮤비와 함께 보면 좋습니다!
런던: 노팅힐 그리고 영화 <노팅힐>/ Notting Hill, London
"All these streets round here have these mysterious communal gardens in the middle of them. They're like littel villages" - William그렌펠 타워를 뒤로하고 두 번째로 방문한 런던의 장소는 노팅힐이었다. 영화의 시작을 알리
urbanarchive.tistory.com
1. 업타운 걸 뮤비를 계급의식을 바탕으로 파헤치기

웨스트 라이프의 업타운 걸 뮤비는 영국 악센트를 구사하는 턱시도 정장을 빼입은 업타운 아저씨들의 주접으로 시작된다. 다운타운 기사 식당에 와서는 랍스터, 푸아그라, 코코뱅 등을 찾으며 계급 드러내기 추태를 부리는 것이다. "(그런 건) 크리스마스에만 팔아!"라는 웨스트라이프 멤버의 위트 있는 대응에 몇몇은 웃고 몇몇은 긁힌다. 이들이 결국 주문한 것은 모든 것을 다 넣은 햄버거. 일종의 기사 식당에 들어와서는 계급성을 드러내는 고급 음식 이름을 줄줄이 외치던 오만한 이들의 취향은 별 것 없다는 것을 드러내는 것이다. 자신의 기호에 맞춰 재료를 추가하거나 빼는 것 없는 몰취향적인 햄버거.

이들의 추태와 만행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내가 정확히 이해한 건지 모르겠지만) "(햄버거에) 너의 불필요한 세균은 필요 없어. (except your normal dollop of germ unnecessary)"라며 계급의식(청결)을 또 한 번 뽐낸다. (냄새와 계급의 연관성은 영화「기생충」에서 한번 노골적으로 회자된 적이 있음.) 조롱에 화날 대로 화난 웨스트라이프 멤버에게 이들은 마지막 펀치를 날리며 지들끼리 낄낄거리며 웃는다. "ah, garçon, 소다 5잔만 줘." 가르송은 프랑스어로는 젊은이 그리고 영어론 웨이터, 하인이라고 하는데, 결국 계급차를 드러내는 호칭 선택이었던 것이다.

주문을 마친 이들은 음악을 선곡한다. (이것 또한 내가 문화적 레퍼런스를 제대로 이해했는지 모르겠지만) 이구동성 함께 외친 제목은 "Bob the Builder." 웨스트라이프 20대 청년들에 비해 30대 정도의 모습을 보이는 이들이 선택한 노래가 어린이 애니메이션 프로그램 제목이라는 것은 그만큼 이들이 유아적인 정신세계에서 벗어나지 못한 유치한 성인이라고 보여주는 것이었다. (바로 위에서 자기들끼리만 낄낄 웃는 것도 마찬가지.)

참고 참았지만 더 이상 이 계급적 모욕을 참을 수가 없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우리가 저 코코뱅 놈들로부터 업타운 걸을 빼앗아서 차지해야겠다. 지금도 야만의 시대지만, 20세기는 더한 야만의 시대였다. 예전처럼 여성을 차지하기 위해서 국가의 명운을 걸고 전쟁을 하거나 개인의 목숨을 걸고 일기토나 권총 싸움을 하진 않지만, 결국 계급 싸움에서 이들이 성취하는 "트로피"는 여성인 것이다. 진심과 낭만이 있는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로 포장이 된.

그렇게 업타운 걸이 식당에 들어오면서 업타운 걸 노래가 시작된다. 노래 가사는 매우 간단하다. 뒷골목 저소득층 남성은 만나본 적 없는 흰 빵 가득한 부자 동네 여성(업타운 걸). 우리는 푸아그라 놈들처럼 비싼 선물을 감당할 수 없지만, 그녀는 이미 자본가 돼지들의 실체 없는 말만 가득한 허영심에 진절머리가 난 상태. 그녀가 열심히 칵테일을 만들고, 칼질을 하며 진솔하게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본다면 계급적 운명을 거스른 사랑에 빠지기 시작할 것이다 정도의 이야기다.
* 뮤비에서 흥미로웠던 점은 업타운 걸이 자본가 놈들의 지긋지긋함에 지쳐 그녀가 차고 있던 계급적 상징물을 다 벗는데, 그 상징물을 다 벗고 난 뒤 그녀를 감싸고 있었던 것은 지금 보기엔 더 노골적인 성별 코르셋이라는 점.
2. 업타운 걸과 노팅힐을 엮어보기
아무튼, 「노팅힐」로 이 이야기를 이어가 보자. 극에서 줄리아 로버츠는 대놓고 업타운 걸이다. 업타운 오브 더 업타운. 그녀는 영국에서 제일 잘 나가는 여배우다. 그에 반해 휴 그랜트는 돈 벌 생각은 별로 없이 이래저래 살아가고 있는 소심한 책방 주인이다.(예전엔 별생각 없었는데 그럼에도 극 중에서 그의 조건도 지금으로 치면 꽤 경제적으로 상위층에 더 가까운 중산층이 아닐까...)
두 이야기에서 모두 업타운 걸과 다운타운 보이는 서로 만날 일이 없는 존재들이다. 현대 사회는 굉장히 노골적으로 경제 계층에 따라 사는 곳을 구분하고 분리(Segregation)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과거「로미오와 줄리엣」처럼 신분, 계급 그리고 국적 등 다양한 규율로 인해 "만나서는 안 되지만 사랑에 빠졌기에 만나야만 하는 관계"가 기본 설정이었던 옛 로맨스와는 궤를 달리한다.
표면적으로 평등한 인간이라는 전제조건이 생긴 근현대사회로 진입했기 때문에 만나선 안 되는 관계 설정은 어려워졌다. 하지만 여전히 전혀 다른 동네에 살기 때문에 "만날 기회가 없지만, 그렇다고 만나선 안 되는 것은 아닌 관계"라는 관계 설정은 유효하다. 그렇게 이런 설정은 근현대 자유와 평등이 보편화된 시대의 로맨스 문법으로 자리 잡았다고 생각한다. 우연한 계기로 인해 두 사람이 만나게 되고, 자신의 사회(보통 자본가 계급) 속에서는 볼 수 없었던 다른 사회(보통 노동자 계급)의 꾸밈없고 진실된 모습에 빠져들고, 노동자 계급 또한 자신 앞에서 모든 허물을 내려놓는 자본가 계급 상대에게 빠져드는 것이다. (또 다른 예시로는 1998년의 타이타닉.)
문득 생각난 조합이었는데, 두 이야기는 분명 동일한 서사의 이야기다. 뮤비인 업타운 걸은 좀 더 빠르게 직선적으로 그리고 영화인 노팅힐은 좀 더 느리게 이 계층 분리를 우연한 계기로 극복하는 로맨틱 서사를 그려냈다. 머릿속에 스쳐 지나가는 많은 90말 00초 (할리우드) 로맨틱 영화들이 떠오르는데, 꽤나 비슷한 결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가장 애정하는 영화 중 하나인 「You've got mail」또한 대기업 건설사 사장과 작은 책방 주인의 로맨스를 다룬다. 그 안에는 젠트리피케이션과 대기업의 문어발식 사업이라는 사회적 주제를 이용한 갈등이 있고, 이메일이라는 새로운 시대의 상징이 그 우연한 로맨스를 만들어내는 장치 역할을 한다. 물론 영화의 결말이 사실 가해자와 피해자 간의 사랑이 되는 거라 굉장히 이상하지만(애써 흐린 눈 하는 중...), 여전히 이 시대적 소재들을 로맨스로 엮어낸 것이 대단한 작품이라고 생각하고, 언젠가 이 영화에 대한 리뷰도 길게 쓸 생각이다. 로맨스 영화를 굉장히 좋아하는 편인데, 이렇게 뮤비와 엮어서 해석하는 경험이 개인적으로 너무 좋았다. 이런 식의 리뷰도 기회가 될 때마다 해야지!

* 이건 큰 의미 없는(?) 운명론적인 이야기이긴 한데, 웨스트라이프 업타운걸 뮤비에 나오는 자본가 중 한 명이 노팅힐에서 휴 그랜트의 친구 역할로 나온 배우 팀 맥키너니(Tim McInnerny)였다. 이 두 이야기는 엮을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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