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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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바라지 골목 철거 사건을 바라보며
"도시들은 우리의 비전과 우리의 실수의 물리적 기록이다." - David Chipperfield 서울의 물리적 모습을 보면 이 사회에 얼마나 크고 작은 실수가 많았는지 알 수 있다. 옥바라지 골목은 한국 도시에또 다른 실수를 남기는 장소가 될 것이다. 역사성이라는 말을 많이 하는 나이지만, 모든 도시와 동네가 역사 도시로 보존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역사적 기억들은 적어도 간판, 기념물, 기념 공원 등 어떤 방식으로도 기억될 수 있다. 옥바라지 골목 같은 경우도, 아마 계속 압박이 들어간다면 골목길 원형을 보존하고, 몇몇 주택은 남겨 박물관으로 재활용하는 등 역사는 어떻게 든 남겨질 가능성이 크다. 거지 같은 모습으로 남겨진 종로 피마골을 봐라. 잘 보존되건, 아니면 생색을 내며 보존을 하건..
2016.04.15 -
베를린의 또 다른 두 대사관들
2016/04/10 - [도시건축/베를린] - 베를린 주 독일 대한민국 대사관 그리고 재외국민 투표 글 에 이어서 또 한번의 대사관 이야기. 위 사진의 두 대사관 역시 모두 베를린 대사관 구역에 위치해있다. 이탈리아 대사관은 개인적으로 베를린에서 가장 우아한 색을 쓰는 건물이라고 생각하는데, 저 외벽의 분홍색은 해가 쨍하게 사선으로 비칠 때, 그림자 진쪽과 해 받는 두 면을 함께 볼 때 더 매력이 있다. 이탈리아 대사관과 일본 대사관은 함께 나란히 붙어있다. 물론 두 대사관 모두 꽤 큰 규모이고, 주변의 정원도 다른 대사관과 비교했을 때 굉장히 넓은 편이다.이는 역사적 맥락을 바탕으로 살펴봐야한다. 알다시피 두 국가는 나치 독일과 조약을 맽고 함께 싸운 2차세계대전의 추축국이었다. 두 대사관 모두 애초에..
2016.04.13 -
베를린 주 독일 대한민국 대사관 그리고 재외국민 투표
대사관재외국민 투표를 했다. 3월 30일부터 4월 4일까지였는데, 마지막날 즈음 가게 될까 싶었는데, 에세이 작업도 일찍 끝났기에 3월 마지막 날에 잠시 다녀왔다. 대사관의 아주 밋밋한 외관 만큼 밋밋한 내부 그리고 크고 높은데 아무런 감흥이 없는 내부 홀과 회의장으로 보이는 전형적인 한국 회의장 같은(?) 바닥재와 분위기는 한국의 전통(?)을 잘 반영하고 있는 듯 했다. 베를린 티어가르텐 Tiergarten지역에는 대사관 구역 Botschaftsviertel이 있는데, 이 곳은 신축 대사관들이 자신의 국가 혹은 문화권의 상징을 아주 강렬하게 서로 표출하는 건축 전시장 같은 곳이다. 내부 공간 계획이야 어느정도 확고한 목적이 있는 디자인이 나올 수 밖에 없는 대사관의 전제 조건 하에 이 건축 전시장은 파..
2016.04.10 -
도시가 난민들에게 자유를 줄까?
1. 같은 날 만났던 두가지의 상반된 그래피티. 물론 상단은 그래피티라기보다는 그냥 낙서라고 봐야할 것 같다. 하나는 메르켈의 난민 정책을 조롱하고, 다른 하나는 지지하는 듯한 내용이다. 도시는 오래전부터 자유의 상징이었다. 중세시대의 법Rechtgrundsatz에 기록되어있다고 하는 문구 "도시의 공기가 자유를 만든다. Stadtluft macht frei"는 중세시대의 노예가 주인으로부터 도망쳐 도시에서 1년하고도 1일간 들키지 않은채 있었다면, 자유를 얻게된다는 내용의 문구이다. 물론 최근에는 이 문구를 활용할 때, 도시가 시골이나 작은 마을보다 더 자유로울 수 있음을 의미하는 용도로 많이 쓰인다. 참고로 몇몇 사람들은 "노동이 자유를 만든다Arbeit macht frei"라는 나치의 유대인 수용소..
2016.03.12 -
배트맨 비긴즈, 도시는 누구의 것인가 그리고 도시 운동
우연히도 지난해 말 그리고, 올해 초 베를린에서 벌어진 주요 시위에 참여했다. 정확히는 관찰을 하러 갔다. 두 거리 시위 모두 베를린의 주요 Linke Szene(좌파 구역)이라고 할 수 있는 장소를 주제로 한 시위였다. Friedel54 kämpft, Kiezladen bleibt는 노이쾰른Neukölln에 위치한 주거 공동체 건물이 해외 투자가에게 팔리며, 40~70%가량의 월세 상승에 놓여있고, 지상층에 있는 Kiezladen은 그로 인해 문을 닫게 될 위기해쳐했다. 이 주거공동체가 위치한 지역도 Gentrification이 활발하게 진행된 그리고 진행되고 있는 곳이다. 이들은 Friedel54 kämpft, Kiezladen bleibt라는 거리 시위를 꾸렸고, 천명이 훌쩍 넘는 시위대가 노이쾰른..
2016.02.25 -
Bizim Bakkal이 문을 닫는다.
"동네에서 보여준 큰 연대와 그 시간들을 뒤로하고 (가게 문을 닫는다는 결정을 한 것은) 나에게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채소가게 Bizim Bakkal이 3월 31일을 마지막으로 문을 닫는다. 그 노력과 이웃 사회가 보여준 연대에도 불구하고 그 자신 스스로의 건강상 문제로 떠날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2015/12/11 - [베를린/소식] - 베를린의 변화: 한 줌의 영혼을 잃는 도시 글에서도 썼듯이, 도시는 변한다. 다만 이렇게 소중한 기억을 새겨준 이들이 빠르게 떠나간다는 것은 아쉬울 수 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다. 비교적 자본의 흐름을 늦게 받아들인 베를린에서는 이런 젠트리피케이션, 상업화, 관광지화 등이 최근 10년을 정점으로 일어나고 있다. 그런 흐름의 마지막 지역으로 내가 사는 Moabit도..
2016.0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