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의 모스크들

2015. 1. 11. 07:35도시와 건축/베를린



베를린의 3가지 모스크(독일어로는 Moschee). 일반적 모스크 건축양식을 따르는 것 외에도 베를린에는 다양한 모스크가 있다. 첫번째는 평범한 주택 건물을 개조해서 사용하는 모스크다. 두번째는 조금은 종교적 건물 느낌이 나도록 새로 짓거나 아니면 기존 성당 등의 종교 건물을 개조해서 사용하는 모스크다. 마지막은 진짜 모스크다. 진짜라고 이야기했지만, 실제 나머지 두 사진의 모스크도 진짜 모스크이다. 다만, 모스크라고 하면 떠올리는 일반적인 형태가 있기에 진짜라는 표현을 썼다. 다른 문화권 사회에서 새로운 문화를 키우고 또한 새로운 종교와 공동체를 세운다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그렇기에 모스크 역시 기존 풍토에 맞출 수 밖에 없었거나 혹은 그에 맞춰 만들어진다. 독일에서는 모스크 건축과 관련해서도 적지 않은 논란이 존재하고, 여전히 현재 진행형인 사항이다. 다만 어떤 건축 형태의 모스크건 건물 앞에 모임을 가지거나, 손과 발을 씻을 수 있는 장소 등 종교적 혹은 공동체적 공간이 있어야하는 것이 모스크의 기본이자 핵심 조건은 잘 지켜지고 있다.


* Urban Form in Arab World, p.38,39

최근 얼마 전에 쓴 독일 PEGIDA 관련 글이나, 파리 Charlie Hebdo에서 일어난 테러 등을 두고 어떤 글을 쓰면 좋을가 싶어 고민을 하다, 예전 북아프리카의 이슬람 도시들을 공부하며 보았던 책을 다시 꺼내보았다. 물론 스캔본으로. 짧은 기간이었지만 운 좋게 꽤나 여러 이슬람권 도시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꽤나 이슬람에 심취했던 경험이 있다. 종교적인 측면은 아니었고, 이슬람의 도시 건축 그리고 기품이 느껴지는 이슬람 전통 무늬 등이었다. 당시 이슬람권 국가들에 여러 프로젝트 경험이 있던 회사 도서관에는 이슬람 도시건축에 대한 책도 꽤 있어서 큰 도움이 되었던 기억이 난다. 또한 그전에 한국에서도 전세계 도시를 다 꿰뚫고 계신 교수님 덕택에 이슬람 도시에 대한 수업도 조금 들을 기회가 있었고, 그 이후에는 독일 대학에 와서도 많지는 않지만 가끔 수업 중에 이슬람권 도시의 모습을 볼 기회가 있었다. 그래도 회사에서 프로젝틑를 진행하며 가장 큰 공부를 하지 않았나 싶다. 이 쪽에 좀 더 경험과 지식이 있던 동료도 있었고.

이슬람권 도시에 대한 공부 중 가장 기억나는 점은 이슬람 도심의 형태였다. Mosque와 Bazaar등의 공공적 기능을 하는 장소들을 중심으로 길이 방사형태로 뻗어나가고, 그 길을 중심으로 주거 구역이 존재하고 그 내부에서 더 작은 규모의 길이 나뉘게 된다. 이런 식의 위계는 최종적으로 주택들에 의해 막힌 골목으로 끝나게 되며, 공공 공간과 개인 공간까지의 완전한 분할을 만들고, 동시에 적의 침략에 대비할 수 있는 복잡한 공간 구조를 만든다. 심한 경우는 좁은 골목길은 길 위가 건물에 덮혀있는 회랑의 형태로 만들어 더 폐쇄적인 모습을 띄기도 한다. 그래서일까 여러 영화에서 추격적의 배경으로 간혹 쓰이곤 한다.

북아프리카의 마그레브 지방 주요 도시에는 Kasbah라고 불리는 구도심이 있는데, 이 곳 그 주된 예이다. 특히 유럽인들의 관광지로도 인기인 북아프리카 도시의 Kasbah는 현지 가이드가 없으면 스스로 돌아다니기 불가능할 정도로 복잡한 도시 구조를 지니고 있어서 간혹 범죄가 일어나곤 한다. 도시의 구조적 형태만 놓고 본다면, 서구 도시에서는 베니스가 Kasbah와 비슷한 느낌을 주지 않을까 싶다. 아무튼 이슬람권 도시건축은 잘 알려져있지 않을 뿐이고 주류가 아닐 뿐이지, 관련 학계의 엄청난 연구조사 대상이자 인류의 위대한 문화 유산이다.



서구 사회에서 무슬림과 이슬람이라는 종교는 여전히 소수의 문화다. 세계의 1/4이 무슬림이건, 독일에 약 4백만명이라는 적지 않은 무슬림이 있건, 그들에 대한 이해는 아시아에는 중국 밖에 없다는 생각 마냥 무지한 수준처럼 보인다. 나름 여러 공부를 했지만, 나 역시 무슬림에 대해 그리고 이슬람에 대해 무지하다.

비록 수많은 젊은이들이 교회를 다니지 않고, 무신론자가 되어도, 서구 사회는 여전히 기독교 국가이다. 그와 반면 서구 사회에서 이슬람권 국가와 도시는 여전히 미지의 세계이다. 최근 쉽게 대량 살상 무기를 구할 수 있는 시대가 되며, 소수의 극단주의자들은 영화 소재로 쓰일만한 극단적인 폭력성을 분출하기 시작했고,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에서는 이슬람권 테러리스트를 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게 되었다. 기독교적 이야기를 담은 영화가 멋진 블록버스터로 개봉하는 것과는 많이 다른 느낌이지만, 그 차이에 대해서 누구도 의심을 품지 않는다. 너무나 당연하다. 이슬람은 그렇게 미지의 세계이자, 위험하고 두려운 세계로 그려지고 이해되고 있다.

다시 베를린의 모스크를 보자. 그리고 이태원을 모스크를 보자. 별 신경 안쓰고 그냥 살다보니, 어느 순간 무슬림은 우리의 이웃이 되었다. 나도 그들의 이웃이 되었다. 하지만 교류 없는 이웃. 밥 먹기 전에 잠시 식기도를 하는 사람이 어색하지 않은 것처럼, 근무 중 잠시 메카를 향해 기도하는 사람을 보는 것도 어색하지 않은 날이 오지 않을까 상상한다. 다만 그 모습을 보고 무작정 테러를 떠올리고 테러리스트 신고를 하는 날이 오지는 않길 바란다. Charlie Hebdo를 테러한 극단주의자의 바람과 다르게, 이 신문사는 전례없이 많은 부수의 신문을 발행할 예정이고, 전세계의 관심과 지지를 받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고 한다.

이슬람을 풍자하고 조롱하는 신문사를 테러하는 극단주의자들도 있고, 무슬림을 테러하는 극우테러단체가 있는 것이 유럽의 모습이다. 그렇다고 그들이 무슬림 사회를 대표하고, 유럽 사회를 대표하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슬림이기 앞서 사람이다. 그들은 때로 상점 직원이기도 하고, 동료 직원이기도 하고, 연인이기도 하고, 선생이기도 하다. 같은 맥락으로 차별 받는 많은 이들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그들도 다 같은 사람이고 같은 시민 아닌가?

남들에 비해 너무 쉽게 글을 써놓았으면서도, 여전히 참 어려운 주제이고 사건이다. 하지만 동시에 현 시대의 소위 국제 도시들이 겪게될 문제임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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