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베를린의 날씨 그리고 권리

2016. 6. 20. 14:00도시와 건축/베를린

최근 유럽 전역적으로 날씨가 변덕스럽다. 독일 남부지방에는 갑작스러운 홍수로 적지않은 피해가 있었다. 베를린에서는 그 정도의 자연재해는 없었지만, 날씨가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오락가락하고 있다. 하루에 최소 한번씩은 크게 비가 온다. 그래도 비가 오고 나면 아주 기분 좋은 햇살이 도시를 가득 채운다. 한국을 떠나서 유럽에서 사는 것에 대한 셀 수 없이 많은 장점이 존재하지만, 아마도 최근 가장 주목 받는 것은 이런 깨끗한 날씨가 아닐까 싶다. 유럽을 방문하는 지인마다 모두 깨끗한 공기와 환경을 누리러 여행을 온 것 같다고 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대기오염이 남한 자체의 문제건, 중국이나 인접 국가가 유발한 문제건 떠나서, 분명 다양한 기술이 발전하고 있음에도 한 국가의 자연환경이 악화되리라고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 봄을 뒤덮는 일시적인 황사가 대기오염의 전부였을 것으로 오랫동안 착각하고 있었다. 물처럼 공기처럼 당연히 여기던 것들은 그 누구도 그리 신경쓰지 않았고, 국가 내부의 그리고 범 국가적인 장기적인 계획이 부재했고, 결국을 일상을 공포에 떨게 만드는 대기오염까지 이어졌다. 물론 유럽도 19세기 전후로 도시의 극심한 산업화로 각종 위생상태와 환경은 최악으로 치달았던 역사가 있다.

이러한 오염은 단순히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돈과 이해관계가 얽혀있기 때문에, 상황이 개선되려면 최소 몇년 길게는 몇십년의 기간이 필요할 것이다. 그나마 건강한 사람들은 그 기간 동안 버텨나갈 수는 있겠지만, 다시 안전한 공기를 들이마실 수 있을 때까지 하루하루 고통을 받고 심할 경우 삶을 마감하는 것은 역시나 기관지가 안 좋은 혹은 신체가 외부 자극이 민감할 수 밖에 없는 어린이와 같은 사람들일 것이다. 무엇이든 항상 먼저 고통받고 먼저 희생양이 되는 것은 사회의 약자들이다. 그렇기에 도시는 항상 약자를 먼저 고민하고 만들어져야한다.

나는 오늘도 누군가보기에는 사치스러울 정도로 깨끗한 베를린의 공기를 누렸다. 하지만 이건 사치가 아니고,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누려야할 너무나 당연한 권리다. 너무나 당연해서 쟁취해야하는 권리라고도 생각하지도 않는 것을 이제는 싸우고 요구해서 쟁취해야하는 상황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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