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19 나폴리+시칠리아

이탈리아 시칠리아에서의 마지막 도시, 카타니아/ Catania

by 도시 관찰자 2020. 4. 24.

Via Antonino Di Sangiuliano

여행이 길건 짧건 여행의 말미가 되면, 많은 의욕이 사라진다. 마지막 도시에선 애초에 대단한 일정을 계획하지 않기도 하고, 이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 (당분간) 더 이상 여행을 할 수 없다는 생각 등 체력적/정신적으로 여행 초중반의 의욕은 찾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Via Antonino Di Sangiuliano

사실 카타니아에선 그 의욕 감소 부분이 좀 더 심했던 것 같다. 가족사로 인해 줄어든 여행 일정으로 인해서 여행 마지막 도시로 선정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고 (원래 목표는 시칠리아 섬을 한 바퀴 돌면서 팔레르모 IN/OUT), 여행 중 경미한 차량 사고로 인한 문제가 차량 반납할 때가 가까워오니 신경이 쏠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물론 Vollkasko로 보험을 가입해놔서 전액 돌려받았지만 그래도 신경 쓰이는 것은 신경 쓸 수밖에 없었다)

아무튼 차량 문제나, 모든 문제가 내 손을 떠난 것이나 다름없는 마지막 날 비행기를 타러 가기 전까지 마지막으로 카타니아를 돌아볼 시간이 있었다. 숙소에서 나와 Via Antonino Di Sangiuliano 거리를 따라 쭉 올라갔다. 멀리서도 아담한 가로수로 가득한 이 경사로는 한번 즈음 올라가 보고 싶었는데, 더위나 의욕 부족으로 결국 마지막 날에나 올라가 볼 수 있었다.

 

Piazza Dante Alighieri

더운 정도 그냥 더운 정도가 아닌 시칠리아의 그늘엔 언제나 (남자) 사람들이.

 

Chiesa di San Nicolò l'Arena

Chiesa di San Nicolò l'Arena는 유럽에서 두 번째로 큰 베네딕트 수도원으로 완성되지 않은 건물 외부가 인상적인 종교 건축이다. 16세기 세워진 수도원은 17세기 지진으로 심하게 훼손되었고, 18,19세기에 걸쳐 재건설되었다가, 20세기에는 카타니아 대학에 기증한 채로 대학 건물로도 사용된다고 한다. 수도원 성당은 무료로 입장할 수 있는데, 약간 공허한 느낌이 가득했다.

 

Balneum Romano

시칠리아의 도시엔 어딜 가나 허한 공간이 있는데, 그곳에는 언제나 복원되지 못한 유적들이 남이 있었다.

 

Via Teatro Greco

로마시대 극장이 유적지의 입구를 찾아 땡볕을 걷고 있는 사람들의 표정을 보고 나는 그냥 얼음물을 찾아 좀 더 관광지로 돌아가기로 결심하기 전에 찍은 사진.

 

Via S. Gaetano alla Grotta

시장은 도시를 여행할 빼놓을 수 없는 요소이고, Via S. Gaetano alla Grotta부터 Piazza Carlo Alberto까지 쭉 이어지는 카타니아의 Mercato di piazza Carlo Alberto는 정말 놓쳐서는 안 될 곳이다. 물론 딱히 관광객이 살만한 물건을 파는 곳은 아니고, 지역 주민들이 식품과 생필품을 파는 시장이다.

 

Piazza Carlo Alberto
Via Grotte Bianche

시장을 쭉 둘러보고 슬슬 점심을 먹을 곳을 찾아 헤매었다. 카타니아에서는 이상하게도 마음에 드는 식당 찾기도 어려웠다.

 

Via Pacini

완만하게 내려갔다 올라가는 도로 끝으로 보이는 대성당(Basilica Santuario di Maria Santissima Annunziata al Carmine)과 거리의 풍경이 좋아서 카타니아에서 가장 많이 찾아갔던 거리.

 

Corso Sicilia

개인적으로 카타니아의 중심이라 생각이 들었던 Piazza Stesicoro부터 카타니아 중앙역(Stazione Catania Centrale)까지는 완전히 재개발된 그리고 많은 부분이 공터로 남은 구역인 San Berillo 지구가 자리 잡고 있는데, 1958년 철거된 구역(사창가 금지로 인해)이라고 한다. 약 3만 명이 집을 잃거나 이주해야 했고, 여전히 기이한 모습으로 남아있다. 2012년 지역 건축가가 마스터플랜을 제안을 했는데, 현재 카타니아 관광지에서 한 발자국만 벗어난 지역의 상태를 보면 그게 우선순위가 될 수는 없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Via Giovanni di Prima

그 철거된 지역 어떤 느낌/상태였을지는 인근 구역의 모습을 통해 어림짐작해볼 수 있었다. 지도 상으로 보면 이 거리는 Piazza Stesicoro에서 도보로 몇 분 걸리지도 않는 곳이지만, 많은 주택이 지붕도 다 허물어진 허름한 구역이었다. 시칠리아는 이탈리아 내에서도 인구당 GDP가 낮은 주 중 한 곳인데, 방문했던 도시와 유적지마다 더 많은 것을 투자할 수 없는 지역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Ciao! Catania e Sicilia

아무튼 여행을 할 수 없는 시기에 써보는 그 의욕 없던 마지막 날에 대한 기억, 그 기억을 바탕으로 찾아본 몇 가지 정보를 바탕으로 시칠리아 여행의 마지막 도시가 되었던 카타니아에 대한 이야기를 기록했다.

글을 다 써놓고 생각해보니 이렇게 한 주를 통째로 둘러보려고 시도했던 토스카나 주 여행에선 마지막 도착지였던 피스토이아(Pistoia)가 카타니아 마냥 의욕 없이 둘러보았던 도시로 남아있다. 그 또한 그 나름대로의 기억이 남아있고, 피스토이아는 꼭 다시 가고 싶은 도시로 남아있고, 카타니아 역시 남겨진 시칠리아 섬 일부를 보기 위해서라도 다시 찾고 싶은 도시다. 그때는 이 섬의 새로운 첫인상으로 만날 수 있길.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