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젠트리피케이션이 일으킨 죽음(이것은 이름들의 전쟁이다), 리베카 솔닛

2020. 11. 21. 21:00리뷰

Bernal Heights Park, Folsom Street, San Francisco, CA, USA ⓒGoogle Earth Pro

(이렇게 납작하게 설명하고 싶진 않지만... 아무튼 워낙 유명하다보니) "맨스플레인"으로 유명한 리베카 솔닛의 <이것은 이름들의 전쟁이다>는 미국 사회를 중심으로 다양한 사회적 문제에 대한 짧은 이야기가 묶인 책이다. 짧다고는 하지만 글 하나하나가 생각할 거리과 비판 거리를 던져준다. 그중에서도 이 책을 샀던 주된 이유이자, 가장 집중해서 읽었던 이야기는 바로 <젠트리피케이션이 일으킨 죽음>이다.

어떤 장소에서 가장 중요한 노동자들이 그곳에서 살 여력이 되지 않아 떠나는 곳은 어떻게 될까? 퇴거는 죽음을, 특히 노인들의 죽음을 일으켰다. (...) 집을 잃은 사람은 이런저런 어려운 처지에 쉽게 빠지고, 그런 상황들 중 일부는 치명적이다. 젠트리피케이션은 사람을 죽일 수 있다. (p.205)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이 사람을 죽일 수 있다는 사실은 이 현상에 대해 좀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한 동네가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인해 오랜 세월 거주해 온 집에서 취약계층을 쫓아내고, 사실상 마지막 안식처였던 집을 잃게 된 사람이 죽는 경우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처럼 강제퇴거나 용역으로 물리적인 폭력까지 동원되는 경우 그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새로운 테크 경제는 '파괴적 혁신'이라는 말을 좋아하지만, 이 토박이들이 보는 것은 집, 공동체, 전통, 관계가 파괴되는 모습뿐이었다. 퇴거당하거나 높은 집세에 밀려난 사람들 중에는 우리를 하나로 묶어주는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p.204)

이 책에서 리베카 솔닛이 알려주는 젠트리피케이션이 일으킨 죽음은 조금 다르다. 미국 사회의 맥락, 특히 인종차별과 유색인종 남성의 삶의 방식과 엮여있었기 때문이다. 평생 안전하게 살아왔던 장소가, 젠트리피케이션이 일어나면서 백인 중산층 중심의 지역으로 변하면서 이들은 "안전한" 사람임을 드러내는 태도, 복장을 강요받게 된다. (인종차별) 조금이라도 그 틀에서 벗어나면 손쉽게 경찰에 신고당하고, 위험한 인물로 간주되고, 경찰에 신고가 들어간다. (이런 상황은 미국 사회에서 반복적으로 일어났다. 자신의 집 앞에 BLM 문구를 쓰고 있는 아시안에게 남의 집에 낙서하지 말라는 백인 "이웃", 공원에서 새를 찍는 흑인에게 자신을 위협하지 말라며 도리어 개를 이용해 위협하던 백인 등)

유색인종 남성은 일상에서 늘 남들로부터 수상한 사람이나 위협적인 사람 취급을 받기 때문에 스스로 복장, 행동거지, 장소를 가려서 자신이 범죄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끊임없이 드러내 보여야 한다는 불문율 말이다. p.213

리베카 솔닛 쓴 <젠트리피케이션이 일으킨 죽음>은 젠트리피케이션으로 변화한 동네에서 일어난 경찰의 살인 사건을 상세하게 다루고 있기에 슬프지만, 이 책에서 그의 이야기가 대부분 그렇듯, 그 사건 이후로 사람과 이웃 공동체의 활동을 통한 희망과 대안을 볼 수 있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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