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2. 22. 18:53ㆍ리뷰
Emma: "Our Time's passed."
Dexter: "How can you know that unless we give it a try?"
만날 사람은 언젠가는 다시 만날 거라 생각하는 편이고 그래서 "인연"이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각본과 결말이 정해진 영화와 드라마 속에 만들어진 (우연인 것처럼 포장되는) 인연 같은 상황에 대해 거부감이 있지만, 또 잘 짜인 세기의 연인 같은 관계를 생각하면 또 마음이 설레곤 하는 것도 사실이다. 주인공들은 극의 주인공이기에 그들이 어떻게든 결국 다시 엮이게 될 것을 알면서도, 그들의 헤어짐에 가슴 아파하고, 그들의 엇갈림에 아쉬워하는 식으로 말이다.
영화 속 인물들은 각자 자신의 열등감을 기준으로 보고 싶은 것을 보고 이해한다. 지적 부족함이 열등감인 사람은 그걸 갖춘 이를 동경하지만 동시에 사소한 표현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스스로 재미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자신의 유머에 호의를 보여주는 이에게 호감을 표현하는 등. 어떻게 보면 자신의 반대와도 같은 사람에게 매력을 느끼고, 그를 통해 대리만족을 하지만, 결국은 열등감과 이로 인한 오해로 일상에서 사소한 것들에 부딪히고, 도리어 열등감이 커지고 관계는 끝을 맺게 된다.
관계를 돌이킬 수 없게 된 그 순간에 내뱉는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말과 행동.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을 거친 후에 돌이킬 수 없는 것을 알기에 나오는 진실된 대화가 정말 많이 나오는데, 보는 내내 마음이 아팠다. 사랑이 뭘까. 우정이 뭘까. 왜 많은 사람들은 사랑하는 이에게 가장 잔인한 것일까.
시리즈의 후반부가 사실 내가 생각하지 않은 사건을 바탕으로 예상 밖으로 흘러가서 좀 의외였다. 그 분기점이 되는 사건에서 "아 설마. 제발. 안돼!" 소리가 나올 정도였는데, 그래도 뭔가 그 사건으로부터 극을 마무리하는 방식은 마음에 들었다.
크리스마스-신년 연휴를 맞이해서 오랜만에 로맨틱 코미디를 보고 싶어서 선택한 시리즈였는데, 많은 소재가 어우러져있음에도 정신없지 않고, 각자의 상황에 맞춰 여러 배역에 자신을 대입해서 볼 수 있는 재미난 시리즈였다. 원작 소설이 2009년 작이다 보니, 아무리 2024년에 나왔고 각색이 되었다 하더라도 비판적인 시선으로 볼만한 부분이나 일종의 정 떨어지는 상황들이 좀 있었는데(그만큼 좀 몰입되었다는 뜻이기도...), 그래도 시리즈의 개연성이나 이야기에 사실 잘 맞는 상황들이라 크게 불편함 없이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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