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9. 9. 17:00ㆍ도시와 건축/베를린
의외로 별 우여곡절 없이 베를린 신 국립미술관이 재개장을 했다. (리노베이션 건축가: 데이비드 치퍼필드) 일정이랑 공사비가 늘어나긴 했는데, 규모 자체가 작다 보니 다른 규모 큰 건축 프로젝트에 비해 큰 문제가 될 수준이 아니었다. 게다가 코로나 전염병까지 고려하면 말이다.
신 국립미술관이 위치한 문화 포럼은 어쩌면 내가 베를린에서 가장 의식적으로 싫어했던 장소였다. 그 안에 있는 박물관은 꽤 자주 방문했고 심지어 좋아했지만, 이 문화 포럼 공간은 좋아할 수 없었다. 방문 목적을 이루고 나면 바로 떠나고 싶은 그런 장소. 어쩌면 별로 친절하지 않은 경사가 원인이었을 수도 있고, 지금은 20세기 박물관(MUSEUM DES 20. JAHRHUNDERTS) 공사장이 펼쳐진 (당시엔 조각상 몇 개와 큰 돌들이 널려있던) 공터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 일 수도 있고, 그냥 이 장소의 조화가 마음에 안 든 것일 수도 있었을 것이다. 내가 느끼는 모든 것들이 이 장소에서 만날 수 있는 있는 예술 작품과 문화(심지어 온갖 음악 페스티벌과 야외 영화 상영도 종종 참여했음에도)에도 불구하고 이 장소를 싫어할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그러다 보니 아이패드에는 이 장소 전경 사진이 한 장도 없다.
신 국립미술관이 재개장하기 전까진 이 장소를 찾을 일이 없으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코로나 전염병이 퍼지고 종종 이 장소를 찾았다. 퇴근길에 쉽게 경유할 수 있는 장소이기도 했고, 공원에 비해 사람이 별로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여행과 문화활동이 제한된 시기에 이곳에 사람은 거의 없었고, 날씨가 좋으면 종종 이곳에서 책을 읽고 해를 쐬다 가곤 했다. 도심 한가운데 위치한 문화 활동의 주요 장소 중 한 곳인 문화 포럼에 사람이 없어졌고, 나는 아이러니하게도 그때 이 장소가 좋아지기 시작했다.
코로나 이후로 외부 활동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자전거를 탄 이후로 도시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을 가지게 되었는데, 코로나 이후로는 시선이 더해진 것이 아니라 기존에 도시를 바라보는 시간 자체가 급격히 줄어들었고, 점점 관심을 잃고 있다. 어쩌면 도시를 소비하고 향유하지 않으니 당연한 결과였던 것 아닌가 싶다. 얼마 전 2차 접종을 하였고, 며칠 뒤면 완전한 백신 접종자(2차 접종 후 2주 뒤)가 된다. 조금씩 외부 활동을 늘리다 보면, 그동안 전혀 관심 없었던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도시 혹은 영원한 코로나 시대의 도시는 어떤 것인지 좀 더 생각해보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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