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마음에 안들었던건 아닌 몬레알레/ Monreale, Sicily

2025. 3. 5. 18:00여행/'19 나폴리+시칠리아

막 마음에 안 드는 도시는 아니었다. 누구나 그렇듯 팔레르모 인근의 이 도시를 찾는 이유는 바로 유네스코에 등재된 대성당이 있기 때문이니까. 나름 계획형 인간인데, 설마 싶은 건 좀 잘 확인 안 하는 스타일이고, 일정 상 다른 날 갈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고, 모든 것은 운명이었다. 결론적으로 이야기하자면, 내가 몬레알레를 가는 날은 대성당이 문을 닫는 날이었고, 좋은 기억으로 남은 도시는 아니었다.

아니 유네스코 문화유산님, 돈 안 버세요? 안 버신다고요? 넵...

도시 외곽에 주차를 해놓고, 성당을 향해 가는 길에서 보이던 이런 일상적인 풍경들이 좋더라. 보통 중앙역 등 기차역이나 버스터미널 등에서 시작하는 여행과는 또 다른 묘미가 있었다. 관광객을 중심으로 꾸며진 지역을 거쳐 도심으로 가는 것이 아닌, 좀 더 로컬한 지역을 거쳐 지나가야한다고 해야할까?

가끔 이탈리아나 시칠리아기보단 내 눈엔 그냥  8,90년대 서울 같이 느껴진다. (물론 내가 8,90년대 서울을 제대로 경험해본 적 없음...)

이러 모서리 공간들 너무 좋지 않나요?

성당 얼굴이 보이니. 기대에 차서 성큼성큼.

아무리 설레도 앞만 보며 갈 순 없다. 도시에선 언제나 왔던 길을 뒤돌아보면 항상 근사한 풍경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니까. (사실 나한테만 근사함)

또 한번 보고.

대성당 문 닫은 것 확인하고, 먼 산만 바라보고... 저 느낌 되게 좋았다. 도시 뒤에 바로 산 있는 느낌. 산도 좀 묘함. 민둥민둥 뒷동산 같은데 또 동산까지는 아니고.

사실 개별 건축물 그렇게 신경 안 쓰는 편이고, 당시 몬레알레 방문했을 때만 해도 큰 감흥이 없었는데, 사진으로 보이는  대성당 외부 디테일 너무 좋네. (시칠리아 다시 가야 할 이유 적립+1)

성당 근처 소소한 포켓 정원. 주민들이 가꾸는 이런 공간을 나는 너무나너무나 사랑한다.

다시 주차장으로 돌아가는 길에 이 풍경을 보면서 마음 식혔던 기억이 난다. 팔레르모와 지중해 풍경.

우리가 운명이라면 또 볼 일이 있겠지. 제목은 농담입니다. 마음에 안들정도로 깊게 돌아본 것은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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