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3. 7. 18:00ㆍ여행/'19 나폴리+시칠리아

(독일의) 아나키스트들이 팔레르모 등지로 일종의 피난을 와서 활동을 했던 그런 영화인지 드라마를 봤던 이젠 다 잊혀진 흐린 기억 때문인지, 팔레르모는 나에게 여긴 좀 재미난 도시일 거라는 선입견이 가득한 곳이었다. 시칠리아 도착 후 3박 4일간 거점 지역이자 시칠리아에 적응하는 도시로 보낸 곳인데, 솔직히 말하면 팔레르모를 밤낮으로 꽤 열심히 돌아다녔는데, 여전히 잘 모르겠고, 그럼에도 딱 한 가지 분명한 건 여기 분명히 재미있는 도시라는 "사실"이다. 특히, 모르는 곳에서 모르는 사람과 행아웃을 즐기는 사람이거나 커플로 여행 온 사람들에게 재미있는 도시일거라 생각한다.



도시 여행의 시작과 끝은 시장이고, 이거 이해 못 하는 사람은 나랑 친구의 ㅊ도 될 수 없다. 난 해산물을 안 먹는 사람임에도 해산물 시장을 구경 가는 걸 좋아한다.

시장 골목 너무 좋음. 이게 도시지.

그와 반면 그럴싸해 보이는 관광지의 도로는 얼마나 재미가 없는가? 너무 근거 없는 비난 같나요? 도시에서 직선도로는 보통 군사적인 목적 혹은 경제적 효율성을 목적으로 만들어집니다. 군대와 같은 권력 기관이 이용하기 편리한 구조의 도로 보통 폭력적인 도시 재개발을 거쳐 만들어진 직선형 도로와 사람들의 삶의 켜와 지형에 대한 존중으로 만들어진 꼬불꼬불하고 아기자기한 시장 골목 중에서 전자를 선호하는 사람 있으시면 댓글 달아주세요.

근데 뒤에 산 풍경이 너무 비현실적으로 좋아서 여기 걸어가며 5m마다 사진 찍었다. (좋은 점도 있기 마련...)


귀여운 성 카탈도 성당(Chiesa di San Cataldo). 솔직히 건축 디테일 신경 쓰는 사람은 아니라, 실내 구경 잘 안하는 편인데, 유네스코 문화유산이니까 돈 내고 들어갔다. 안에서 본 돔도 밖에서 본 돔도 귀여웠다. 팔레르모 그리고 인근의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된 건축물들은 아랍 노르만이라는 고유한 건축 양식으로 선정된 곳들이라, 취향차이긴 하지만, 그 안에 담긴 역사적인 이야기 뿐만 아니라, 겉으로 보이는 것부터 일반적인 유럽 대륙의 건축물과는 차이를 쉽게 느낄 수 있어 둘러보기 좋은 건축물이었다. (기본적으로 건축사에서 주류 쪽에서 속하는 것은 아니다보니, 일종의 비주류성+유니크함으로부터 매력 포인트 +1씩)

영화 세트장 같다.

좀 기념비적인 위압감을 주는 장소. 인위적이고 인위적이고 인위적인 장소들은 내게 항상 재미를 주지 못하는 장소들로만 기억난다.


날 기억해 줘! 난 유명한 장소야! 외치는 장소들보다 수동 운전에 고통받던 나의 주차를 도와주던, 사례비도 거절하던 숙소 근처 공용주차장에 상주하던 아저씨가 더 기억에 남는다. 팔레르모 치안에 대한 안 좋은 이야기도 많이 들었는데, (워낙 범죄에 휘말릴 확률 적은 사람이긴 하지만) 내겐 꽤 친절한 도시로 기억에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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