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3. 6. 18:00ㆍ여행/'19 나폴리+시칠리아

시칠리아를 방문한 이유는 이전에 언급한 시네마 천국 촬영 장소들을 가보고 싶어서가 첫 번째 목적이었고, 두 번째 목적 아닌 목적은 백인+유럽 문명의 폐허에서 문명이란 뭘까 사색하는 롤플레잉을 하고 싶어서였다. 그리고 시칠리아는 그 목적에 아주 걸맞은 완벽한 곳이었고, 여행 내내 진짜 재미있게 고대 그리스 유적지를 돌아다닐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대망의 첫 번째 방문지 세제스타 고고학 공원(Parco archeologico di Segesta)

유적 사진이 아니라 달팽이 사진으로 시작. 태어나서 이런 식의 달팽이 군집은 처음 봐서 좀 신기했다. 그리고 독일 살면서 일상적으로는 민달팽이 위주로 봐서 그런지 이 집 있는 달팽이들 좀 신기해서 사진을 찍을 수밖에 없었다.

인생몰까.



좋지? 원래 이런 극장 오면 꼭 성악 전공하신 분들 한 명정도는 있어서 저기 가운데 서서 노래 부르기 마련인데. 아무도 없었다.

사람이 거의 없었는데 저기 서 계신 분 미국에서 오신 분이라 자꾸 스몰토크 걸었다. 근데 나도 스몰토크 짬빠가 좀 있는 사람이라 잠깐 재미있게 이야기함. 미국 사람들은 스몰토크할 때는 참 좋다. (조건부 인류애) 남편 분이 자기 놔두고 혼자 사방팔방 돌아다니시던... 몇 주년인지 정확히 기억은 아니지만 아무튼 결혼기념일로 놀러 오셨다고 했다.

2000년 복원. 내가 찾은 것 중 제일 오래전에 복원한 부분.

사람 별로 없어서 좋았다. 인간 문명에 대한 고뇌 코스플레이하기 너무 좋았음.

아, 허망한 인류 문명이여...!

세게스타 다 좋았는데, (6년 전이라 정확하진 않은데, 이 사진으로 찾아낸 기억.) 이곳은 직접 차를 타고 올 수 없고 세게스타 전용 주차장이 유적지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마련되어 있고, 거기서 셔틀버스 티켓을 구매해서 정기적으로 운행하는 셔틀버스를 타고 와야 했다. 그게 단점 아닌 단점이었다.

세게스타는 크게 봤을 때 극장과 신전 두 곳을 볼 수 있는데, 보통 신전이 진입로에서 가까워서 신전을 먼저 가는 편인데, 나는 그냥 극장을 먼저 보고 내려온 뒤 마지막에 신전을 둘러봤다.

오래된 유적에 세월로 인해 생긴 단차가 보이는 것은 볼 때마다 항상 너무 신기하다. 역사의 물리적 레이어.




위아래 사진 보면 뭔가 영화 찍고 싶어진다. CG 좀 입히면 프로메테우스 배경해도 될 것 같아. 지금은 이렇게 생뚱맞은 곳에 신전이랑 몇몇 시설만 남겨져 있어서 뭔가 SF 영화 배경 같은 느낌도 들지만, 복원 예상도나 자료를 체크하면 높은 확률로 이곳은 문명화된 도시 지역이었을 텐데. 정말로 허망한 인류 문명이다.

시칠리아의 고대 그리스 유적지에서 제일 좋은 점은 진짜 경비원도 보안시설도 아무것도 없는 거의 방치된 유적지 상태라는 점인데, 쇠퇴한 과거 인류 문명의 모습을 보며 고뇌하는 인간 놀이하기 너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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