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4. 22. 16:00ㆍ리뷰
최근 한두 달간 전시를 좀 많이 봤는데, 딱히 각 잡고 리뷰를 하고 싶었던 것은 없었는데, 이번 부활절 연휴에 본 전시 중 이 두 가지를 하나로 묶어서 내가 좋아하는 예술(전시)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우선 Kraftwerk Berlin에서 있었던 Laure Prouvost의 WE FELT A STAR DYING 전시. 전시 소식 들을 이후부터 3월 내내 가야지 가야지 하다가 4월 중순이 돼서야 전시를 봤다. 이 부활절 기간 아니면 결국 안 갈 것 같아서 드디어 보게 되었다. (하필 Kraftwerk가 회사 근처라서, 주말이나 휴가 때 가는 게 좀 꺼려져서, 퇴근 후 방문했다.) 원래 진짜 전시 설명 대충 읽는 스타일인데, 한 세 번 정도 전시 설명을 사전에 읽었고, 전시장에서도 한번 읽었다.
의도는 이해했는데, 작가가 그걸 어떻게 표현할지가 관건이었고, 그걸 내가 공감할지가 의문이었는데, 예상대로... 크게 다가오는 것이 없던 전시였다. 악담을 슬슬 시작해 보자면, 오랜만에 크라프트베르크에서 전시를 봤다는 데 의의를 둬야 할 정도로였다.
개념 미술 작품을 싫어하는 것은 아닌데, 너무 대중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작가 자신만의 생각에 너무 매몰된 작품을 곱게 보지 않는 편이다. 제작에 큰 비용이 들어가는 작품, 자연스럽게 전시 장소도 특별한 장소, 그러니 또 자연스럽게 콘텐츠에 비해 비싸게 느껴지는 티켓값, 난해한 표현 방식으로 일종의 고급 예술로 포지셔닝하는 일방적인 소통 외에는 상호작용이나 최소한의 메시지를 던지지 못하는 작품. 나는 그런 작품을 그렇게 좋아하진 않는다. 물론 당연히 이건 내가 난해한 작품에 대한 깊은 이해를 하지 못했기 때문에 하는 평가임을 부정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좋은 자리에 오래 있어서 그냥 좋은 식당으로 알려졌고, 평점도 나쁘지 않지만, 정작 먹어보면 그냥 그런 음식점 같은 작품.
사실 비틀스를 위와 같은 이유로 그렇게 좋아하지 않기에 (유명하다고 그냥 좋아하지 않는 편이고 오히려 처음에 배척하는 편... 그래서 렛잇비만 들어도 종종 짜증 남.) 전혀 모르고 있던 오노 요코의 전시가 부활절 휴일을 앞두고 시작했다는 소식을 듣고 양가감정이 들었다. 이걸 보러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YOKO ONO: DREAM TOGETHER. 전시 제목부터 좀 거부감이 드는데, 아... 또 이러면 가고 싶어지는 것이 인지상정(?). 전시장에 입장하면, 오노 요코 님의 거대한 얼굴이 첫 전시 작품 설명을 보는 관람객을 부담스럽게 바라본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시는 단순 명료하게 좋았다. 이 좋음의 50% 정도는 Kraftwerk에서의 난해한 전시의 영향이 미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 전시에 형성된 편견이 아니었다면, 이 전시는 오히려 가볍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전시는 한결같이 간단한 주제와 간단한 행동양식을 바탕으로 한 참여형 개념 예술의 이었다. 깨 놓은 그릇 조각을 실과 테이프를 이용해 관람객들이 작품을 만들어내는 Mending Piece I 작품. 참가자들은 이를 통해 자신의 그릇을 고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방식대로 작품을 만들며 상처를 고치고, 세상을 고친다. 뭔 소리냐고? 앉아서 직접 고쳐보길 바란다.
Play it by Trust 작품에선 사람들이 모든 것이 흰색으로 만들어진 체스를 둔다. 바닥도 흰색, 말도 흰색. 서로를 믿고, 자신의 기억력을 믿으면서. 이게 또 뭔 소리냐고? 앉아서 한번 둬보시라. (나는 친구 없어서 못 둠...)
Mound of Joy에선 아시아 약수터의 전통을 함께 즐길 수 있다? (뭔 소리임 진짜...) 아무튼 그의 작품은 단순 명료하다. 하지만 참가자들의 호기심을 유발하고 행동을 유도하며 그 안에 담긴 메시지를 스스로 직접 느끼길 요청한다. 그 어떤 작품 재료도 난해하지 않고, 표현방식도 난해하지 않다. 오히려 너무 단순하고, 너무 직선적이고 노골적이다. 그래서 싫어했을만한 작품인데, 난해함의 끝을 보고 왔던 경험이 아직 남아있던 상태에서 만난 이 작품들은 오히려 매력적이었다.
전시를 다 보고 잠시 들린 뮤지엄 샵에 있던 오노 요코 코너. 그 단순함이 얼핏 보면 마치 MAGA 같은 느낌이 들더라. 위에 있던 작품들은 대부분 60년대 2차 세계대전 이후 그리고 베트남전 시대의 (반전활동) 예술 작품인데, 그 사이 많은 변화가 있었고, 이렇게 단순하고 직선적인 메시지는 인종차별주의자 그리고 극우보수들의 구호처럼 느껴지는 시대가 되어버렸다. 세상 참 쉽게 무언가를 좋아하기란 참 어렵다. (근데 다 쓰고 보니까 그냥 두 전시에 대한 평가 모두 내가 무슨 작품을 싫어하는지에 대한 설명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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