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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 크라프트베르크 그리고 오노 요코/ Kraftwerk Berlin and Yoko Ono
최근 한두 달간 전시를 좀 많이 봤는데, 딱히 각 잡고 리뷰를 하고 싶었던 것은 없었는데, 이번 부활절 연휴에 본 전시 중 이 두 가지를 하나로 묶어서 내가 좋아하는 예술(전시)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우선 Kraftwerk Berlin에서 있었던 Laure Prouvost의 WE FELT A STAR DYING 전시. 전시 소식 들을 이후부터 3월 내내 가야지 가야지 하다가 4월 중순이 돼서야 전시를 봤다. 이 부활절 기간 아니면 결국 안 갈 것 같아서 드디어 보게 되었다. (하필 Kraftwerk가 회사 근처라서, 주말이나 휴가 때 가는 게 좀 꺼려져서, 퇴근 후 방문했다.) 원래 진짜 전시 설명 대충 읽는 스타일인데, 한 세 번 정도 전시 설명을 사전에 읽었고, 전시장에서도 한번 읽었다.의도는..
2025.04.22 -
[영화] 더 나은 나를 향한 욕망은 스스로를 갉아먹을뿐. 서브스턴스/ The Substance
*약간 스포 포함되어 있습니다."I can't stop."하비는 오줌을 싼 손을 씻지도 않고 새우를 까서 소스를 묻혀가며 자신의 입에 집어넣는다. 생각나는 대로 아무 말이나 지껄이다가(At 50, it stops.) 누군가 감히 그에게 질문을 하거나 토를 달 것을 생각지도 않았다는 듯이 엘리자베스의 질문에(What stops?) 답변을 하지 못한다. 그 순간의 곤란함을 회피하기 위해 아는 사람에게 인사를 하며, 소변, 새우 그리고 소스가 버무려진 손으로 어깨동무를 하며 떠난다. 영화는 하비라는 인물 한 명과 그 주변의 온갖 랜덤 남성들을 통해 온갖 (특히, 외모 등에 있어서) 남성 권력의 개극혐 요소를 잘 표현했다.이렇게 시작부터 이 영화는 시청자의 비위를 맞추지 않는다. 한국에서 꽤 성공한 유명한 영화..
2025.04.21 -
재미가 없는 이상도시 아볼라/ Avola, Sicily
재미가 없어서 적을 내용이 좀 적음.막상 돌아다닐 때는 햇살이랑 지루함 때문에 아무생각이 없었는데, 사진을 쭉 둘러보니까 가 생각이 난다. 아 근데 트루먼이 생각안나고 자꾸 "트럼프 쇼"라고 생각이 나서 기분이 정말 안좋았다. 천공도 그렇고 세상 온갖 더러운 것들이 먼저 생각난다는 것이 불쾌하다.아무튼 이 도시를 보면 같았다. 도시가(정확히는 마을 규모...) 하나의 세트장으로 꾸며졌던 영화. 사실은 그 세트장 도시는 뉴 어바니즘의 원칙에 의거하여 만들어진 플로리다의 한 마을인 Seaside이다. 세트장처럼 보이는 실제 마을을 세트장으로 쓴 영화.시간이 사람 활동이 적은 낮 시간이라 더더욱 아볼라는 세트장처럼 느껴졌던 것 같다.흠... 지형까지 없어서인지, 유독 거리가 단조롭게 느껴진다.그래도 삶의 흔..
2025.04.19 -
한가한 주말 아침 시아카 산책/ Sciacca, Sicily
그냥 첫 인상이 많은 것을 결정하는(푹 빠지거나, 마음에 안들거나) 도시가 있고, 좀 돌아다니고 나서야 그런 판단이 서는 도시가 있다. 재미난 로컬 축제를 즐겼음에도, 시아카는 후자였다.어쩌면 강렬하지 않은 그런 그냥 평범한 도시 풍경 때문일지도 모르겠다.그냥 한국의 지방 소도시 같은 풍경.사실 여기도 지방 소도시다.구도심이 보이기 시작한다.시선 축의 끝의/거리 끝의 시각적인 포인트 때문에 뭔가 마음에 들었던 거리 풍경. 냥약간 축구 골목 같은 곳이 있었다. 유명한 축구선수가 살던 곳이었을까. 온갖 팀스포츠에 중독되다시피 살던 10대를 살았지만, 축구에 정신나간 독일 거주 10여년차 나는 이제 팀스포츠에 거의 아무런 관심이 없다.휴양지 분위기 물씬. 피아트. 내 사랑.단편 영화 한편 찍을 수 있을 것 같..
2025.04.18 -
트윗 20: 받아들이기
뭐 거창한 삶을 살아온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인생에서 소소하게 너무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는 것들을 거부하고 나름의 반골 정신을 가진 채로 살아왔는데, 결국은 받아들이게 되는 것들이 생기고 있다. (사실 이거 반골이랑 큰 상관없는 부분인 듯)1. 약 10년 정도를 Anti-아침형 인간으로 살아왔고, 그들의 꼴값에 혀를 찼지만, 결국 나는 아침형 인간임을 받아들였다.(자기혐오적 태도였을지도...) 아빠는 거의 완벽한 아침형 인간이었고, 새벽부터 일어나서 책을 읽고 일을 하며 그 시간을 생산적으로 보냈다. 나도 입시 시절 즈음부터 학교에 정말 아무도 없는 새벽에 등교를 해서 공부를 했었고, 군대에서도 아침에 PT를 참여 안 해도 되는 짬에 일찍 일어나서 체육관에 가서 혼자 운동을 했었다. 물론 지금 내 의지로..
2025.04.15 -
[책] 대도시의 사랑법
워낙 유명했다 보니 사실 이미 영화를 봤어야했던 작품이지만, 독일 넷플릭스는 판권이 없는지 영화를 볼 수가 없었다. 우연히 소설책을 구할 수 있었고, 책을 읽고 나니, 그것이 너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글 속의 이미지를 대중화시킨 영화 배역 이미지 대신, 비교적 재미있게 "원작 소설"의 주인공들의 모습을 내 상상 속 이미지를 통해 읽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책 읽는 초반에 김고은 씨의 이미지가 계속 떠올랐는데, (남주는 누군지 몰라서 사실 박상영 작가님 이미지를 떠올림.) 글을 읽다보니 그 두 사람의 이미지는 희석되고, 또 다른 주인공들의 이미지가 만들어졌다.소설은 너무나도 슬프게 좋았다. 책 내용도 슬프면서 재미있었고, 이 먼땅에서 우연히 구한 한국어 소설을 이렇게 빨리 읽어버렸다는 것도 슬..
2025.0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