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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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윗 012
11월이 되었으니, 사진을 정리하고, 블로그에 글을 쓴다. 이렇게 한 달에 한 번씩 유지할 수 있는 루틴이 되길.주변을 관찰하고 그 변화를 충분히 인식할 만큼 인생을 살다 보니, 서울에서도 그랬고, 베를린에서도 그랬고, 이런저런 이유로 내 주변에서 사라지는 것들을 많이 본다. 그중 물리적인 규모 때문에 가장 체감이 쉽게 되는 것은 건물이다. 변화한다는 것을 때로는 옛 것을 떠나보내야 한다는 뜻을 의미하기도 한다. 건물이 낡아서, 건물이 안전하지 않아서 혹은 건물이 매력적이지 않아서와 같이 어느 정도 이해할 할 수 있을 법한 이유로 말이다.하지만 생각보다 세상은 이상하다. 정치적인 이유로, 건물의 가치가 원하는 만큼 오르지 않아서, 건물이 팔리지 않아서 등 온갖 생각지도 못한 이유로 우리 주변의 것들은 방..
2024.11.01 -
트윗 011
독일 통일 기념일 전후로 휴가를 쓰면 집에서 쉬면서 엄청나게 밀린 사진 정리를 했다. 코로나 전까지는 디카로 사진을 찍고 사진 찍을 때마다/여행 이후 날 잡고 정리하는 나만의 시스템이 있었는데, 코로나 이후로 여행을 안/못하고 외부활동이 줄어들면서 사진을 찍는 기회가 자체가 많이 줄어들었다. 그리고 약 2년 전에 아이폰 13 미니를 산 이후 그리고 아이클라우드 무료 용량 제한에 걸린 이후로 아무런 백업도 정리도 하지 않고, 사실 크게 신경도 안 쓰고 살았었다.원래 디카나 DSLR 사진이 아닌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에 큰 애정을 가지는 편이 아니었는데, 이제는 거의 모든 사진을 스마트폰으로만 찍고 있다. 그리고 그중에는 내가 기억하고 사랑하는 사진들도 있다. 그래서 나름 긴 휴가 중에 나름의 사진 정리/백..
2024.10.09 -
트윗 010
이전 집은 동네에는 깊은 정이 들었지만, 집 자체에는 정이 깊게 들지는 않았던 곳이다. 입주할 당시부터 언젠가는 떠날 집이라는 생각이 큰 집이었고, 집을 별로 꾸미지도 않았고, 많은 짐을 들이지도 않았었다. 무엇보다 집에서 뭘 하는 것보다 독일과 베를린이 편해지면서 집 밖에서, 도서관에서, 카페에서, 공원에서, 공터에서 등 도시의 공간을 이용하며 지내던 것이 더 익숙하고 편하던 시기에 살던 집이기도 했다.코로나를 거치며 삶의 방식과 가치관의 일부분이 많이 바뀌었다. 아마 그전에 나를 알던 사람이 보면 전혀 다른 사람이라고 느낄 정도로 말이다.스스로 원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오랜 기간 지내온 옛 집을 떠나게 되었다. 여러모로 운이 좋았다. 이사를 하기 전에도 이사를 하고 난 뒤에도 베를린 주택난에 관한 기..
2024.09.20 -
트윗 009
굉장히 많은 일이 있었다. 짧게 요약을 하자면, 집주인이 바뀌면서 10년 넘게 살던 집에서 이사를 가야 하는 상황(새 집주인이 집을 본인이 쓰기로 함. 유일하게 세입자를 합법적으로 내쫓는 방법.)이 닥쳤고, 생각보다 빠르게 좋은 조건의 집을 구했다. 집 문제 말고도 이런저런 문제가 있(었)지만, 이 글은 집에 관한 이야기만 쓰려고 한다.3월 초에 집에서 나가야 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그 이후 세입자 상담을 받아가며 새 집주인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상황을 지켜보다가, 퇴거통지서를 받기 전 즈음인 5월 말부터 본격적으로 집을 구하기 시작했다. 약 한 달 반 정도만에 집을 구했다. 가격도 부담 없고, 현재 살던 동네에서 멀지 않은 곳이고, 동시에 현재 회사와는 좀 더 가까워졌다. 아마 베를린의 주택난(특히, 1..
2024.07.18 -
트윗 008
10대 때 자주 꾼 꿈 중 하나가 바람에 둥둥 날아다니는 꿈이었다. 여유롭게 바람을 타고 세상을 관망하는 식의 낭만적인 꿈은 아니고, 보통 어둑어둑한 밤 배경으로 적에게서 도망을 가는 꿈이었다.둥둥 날아다닌다고 했는데, 이 방식을 좀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지상에서 바람의 흐름을 타면 하늘로 바람을 타고 날아갈 수 있고, 이동은 자유의지가 아니라 바람의 흐름을 따라다니는 편이었다. 그래서 바람을 못 타면 추락을 하게 되거나 바람을 잘못 타면 여기저기 원치 않는 곳으로 날아다니곤 했지만, 이 꿈을 자주 꿔서인지 어느 순간부터 꽤 내 의지대로 바람을 탈 수 있게 되었다. 나를 추격하는 무언가를 따돌리고 바람을 타고 수십 층짜리 거대한 건물의 옥상으로 옮겨가고, 거기서 바람을 타고 아래 아무것도 안보이는 하늘..
2024.02.06 -
트윗 007
기본적으로 내 삶을 대하는 태도가 긍정맨인데, 독일 생활 10년 차 즈음 되면서 찾게 된 행복한 삶을 사는 방법에 대해 요 며칠 좀 머릿속에서 정리를 했다. 베를린에는 아마도 독일에는 겨울에 얼음이 얼면 강이나 호수에서 스케이트를 타고 아이스하키를 하는 사람이 많고, 눈이 오면 동네 언덕과 뒷동산에 모여서 썰매를 타는 사람들이 정말로 많다. 먼 옛날 옛적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였지만, 그런 풍경은 (특히, 스케이트의 경우) 서울에선 쉽게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다. 아무튼 꽁꽁 언 호수에서 스케이트를 타는 것은 1년에 며칠 안 되는 날에 누릴 수 있는 소소한 행복이다. 내년에는 얼음이 얼지 얼지 않을지 모르지만, 내년에도 며칠 정도 이 행복을 누리길 기대하며 한 해를 보낸다. 동네 호수에서 수영을 하고, 동네 ..
2023.12.14